제주 바다·육상 ‘생태계 완충지대’ 지키는 주인공들
제주 바다·육상 ‘생태계 완충지대’ 지키는 주인공들
  • 제주매일
  • 승인 2017.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신 연구사의 제주 식물이야기
(41)사구식물
▲ 오랜 세월 모래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해안사구. 생태적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식물이 정착과 이주가 이뤄지는 공간이며, 바다와 육상생태계의 완충지대가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제주의 여름바다와 반짝이는 모래가 장관인 해수욕장은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뜨거운 공간이다. 특히 오랜 세월 모래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제주도의 모래해변은 생태적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식물이 정착과 이주가 이뤄지는 공간이며, 바다와 육상생태계의 완충지대가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해안의 모래해변에도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적응한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이런 식물들을 “사구식물”이라 부른다.

해안사구(海岸砂丘)는 바닷물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사빈을 지나 모래 쌓여서 만들어진 곳이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지역에는 곳곳에 해안사구들이 산재해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해안사구들은 지역별로 만들어진 원인도 다양하고, 사구의 폭이나 길이 등 규모면에도 차이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식물들에게는 소중한 정착공간이 되기도 한다.

해안사구는 해수의 유입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의 역할을 하고 육지와 바다 사이의 퇴적물의 양을 조절하여 해안을 보호하고 내륙과 해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완충적 역할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폭풍과 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하고 해안가 식수원인 지하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특히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여 관광산업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 통보리사초

해안사구지역은 년 중 바닷물과 바람에 노출되어 있는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염분의 영향 뿐만 아니라 모래의 이동 같은 기반여건의 변화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어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사구식물은 독특한 적응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체로 사구식물들은 두툼한 잎을 가지거나 털이 많은 편이며, 식물체의 크기에 비해 뿌리가 비대하거나 땅속 깊게 뿌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튼튼한 땅속줄기가 있거나 모래에 쉽게 묻히지 않도록 줄기를 뻗어서 자라는 등 식물종마다 모래환경에 잘 적응되어 있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제주지역 해안의 사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구식물로는 갯씀바귀, 수송나물, 갯방풍,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갯쇠보리, 모래지치, 참골무꽃, 갯메꽃, 순비기나무 등이 있다. 이러한 사구식물은 해안선에서부터 육상생태계로 이어지는 지점까지 각기 선단부에 자라는 종류와 중간부 및 상부에 자라는 식물 등 순차적으로 분포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사구의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잘 드러나게 된다.

이 중 갯씀바귀와 수송나물은 해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구의 선단부에 주로 자라는 종류이다. 특히 갯씀바귀는 동전정도 크기의 잎만 모래위에 살짝 보여주며 자라는데, 꽃피는 시기나 되어야 그 존재감이 드러나게 된다. 모래의 이동이 빈번한 곳에 자라기 때문에 갯씀바귀는 잎에 비해 매우 긴 땅속줄기를 모래 깊숙하게 두고 뻗어나가며 자라는 특징이 있다.

사구식물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식물로 “갯방풍”이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약용 및 식용으로 이용되어 온 식물이다. 모래위로 노출된 잎은 여러 개로 깊게 가라져 있으며, 잎자루가 길어 모래의 이동에 따라 빠르게 적응하며 자란다. 다른 사구식물들과는 달리 독립적으로 생육하는데, 무엇보다 땅속 깊게 굵은 뿌리를 내려 자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 순비기나무

사구의 선단에서부터 갯씀바귀나 수송나물 및 갯방풍 군락처럼 선단부의 작고 밀착형 사구식물군락을 지나면 좀 거친 질감을 가지고 키가 커진 좀보리사초나 통보리사초 군락이 나타난다. 두 종류는 이름 그대로 좀보리사초는 잎이 좁고 길며, 통보리사초는 상대적으로 잎이 넓고 튼실해 금방 구분할 수 있다. 좀보리사초와 통보리사초는 종자로도 번식을 하지만 땅속뿌리가 옆으로 뻗어나가면서 자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갯씀바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면적을 덮을 수 있고 모래의 유실을 막아주는데 더 많은 역할도 하게 된다. 사구의 규모에 따라 좀보리사초가 단독으로 있는 분포하는 사구도 있으며, 사구의 규모가 좀 큰 경우는 이 두 종류가 함께 자라는 경우도 있다.

해안사구 식물은 초본성 식물이 대부분이지만 나무종류로는 순비기나무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제주어로 순부기낭, 순배기낭이라고도 하는 순비기나무는 사구뿐만 아니라 인접한 지역에도 분포하며 사구의 가장 상부 쪽에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잎은 다소 두꺼운 편이며, 표면에 회백색 털이 있어 염분에 대처하고 있다. 나무 종류이지만 순비기나무는 덩굴성 식물처럼 사구를 피복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모래의 유실도 막아주며 수하에 다른 사구식물들을 품고 있어 사구의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순비기나무의 배후인 내륙 쪽으로는 제주어로 “새”라고 하는 띠군락이 형성되어 육상생태계로 점차 이어지게 된다.

▲ 모래지치

소개한 사구식물들을 보면 사구이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자라지 않는 종류들이다. 다시 말해 잘 보존되어 있는 사구에서만 자랄 수 있는 식물들로 해안지역의 식물다양성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의 식물다양성을 높여주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식물들이다. 지금까지 해안사구는 이용적인 측면이 많이 강조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해안사구가 가지는 기본적인 역할과 기능 및 생물다양성의 측면에서 볼 때 그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해안사구를 포함한 제주의 해안은 그 자체가 제주관광의 중요한 핵심 축의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더욱 해안생태계와 보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노력들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