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 시대로
<3> 폐 방화복을 패션 잡화로 탄생시키는 ‘업클락’

‘우리는 해결책을 만들고, 여러분은 기부를 만든다(We make solution, You make Contribution)’이라는 당찬 슬로건을 내건 젊은 기업인들을 만났다.

서울시 양천구청 별관에 둥지를 튼 ‘업 클락(up-clock)’은 서울시내 각 소방서에서 매년 발생하는 수백 수천 벌의 폐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패션 잡화류를 제작하는 소셜 벤처 기업이다.

‘업클락’이란 이름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의 ‘up’과 시간을 의미하는 ‘clock’을 혼용, ‘새활용 할 시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현 시대는 분명 ‘업사이클링’을 할 시간이며, 이들은 그 시간을 대대적으로 알리겠다는 사회적인 숭고한 사명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업클락’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소방관 처우 개선이라는 사회적 이슈의 해결책을 함께 가져올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나사렛대학교 신학대학원생인 박충열(30)씨가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대학 후배인 방인혁(29)씨가 기획마케팅 팀장을, 경기과학기술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현혜(23)씨는 디자인 팀장으로 ‘업클락’을 이끌고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을 넘어 사회적 이슈를 함께 짊어지고 가겠다는 ‘업클락’은 일반적인 매스컴과 미디어의 내용들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현장 소방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실질적 고충’을 섭렵하고, 소통을 기반으로 한 환원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또 겉치레나 이벤트 성에 짙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필요한 실제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하는 게 자신들의 비전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환경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는 착한 기업을 지향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 문제의 해결책으로 업사이클링을 제안하고 있다. 또 소비가 곧 환원으로 이뤄지는 착한 소비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이슈를 디자인에 담아 사회 속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왜 폐 방화복이냐”는 물음에 이들은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라고 대답한다.

서울시 한 소방서에서만 연간 200여벌의 폐 방화복이 발생한다. 이들은 불에 그슬리고, 뜯어진 폐 방화복을 세탁하고, 이를 다시 해체해 가방 제작을 위한 원자재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이 기성제품에 몇 배나 더 필요한 작업이다. 하루 10시간 작업 끝에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은 상·하의 5벌 정도를 분해하는 게 전부다.

특히 일반 원단처럼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원단을 가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폐 방화복이 갖고 있는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 과정도 단순하지 않다.

최대한 방화복이 갖고 있는 디자인과 형태를 고려해 그것에 걸 맞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해야 한다. 시중에 있는 일반 디자인을 모방할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인데, 기성 제품에 비해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땀과 화재 현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진 방화복 가방은 사회 곳곳을 누비며 소방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하는 것이 ‘업클락’의 목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데시온(DE'SION)’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데시온’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일상 속의 영웅인 소방관들과 함께 걷는 브랜드다.

‘업클락’은 ‘데시온’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 중 일부를 소방관들의 실질적인 복지 향상에 사용될 수 있도록 기부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소방관에 대한 대국민적인 인식 개선을 통해 이들이 더 높은 자긍심을 갖고 임무를 수행할 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박충열 ‘업클락’ 대표 인터뷰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다.” ‘업클락’박충열 대표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역설했다.

박 대표는 “많은 미디어에서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을 조명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며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존중’과 ‘감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고 힘든 점만 부각한다면 불쌍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을 상품을 판매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소방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아니라, 대중을 바라보는 소방관들의 시선과 생각으로 대한민국 대표 소방브랜드의 체계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회적으로 거듭 이슈가 되고 있는 소방브랜드를 통해 업사이클링 자체가 환경 문제와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솔루션이라는 것을 알려 나갈 것”이라며 “일반대중들에게 ‘이것은 매우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포부가 우리에겐 있다”고 말했다.

아직 대중들에게 생소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업클락’에게도 커다란 도전이다.

박 대표는 “이 문화가 흐름과 이슈를 동반해야만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우리의 첫 타겟은 일반 대중이 아닌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로 정했다”면서 “(업사이클링 문화는)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더 많은 분들에 의해 우리가 나타나고 들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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