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 시대로
<4> 업사이클링 아트 프로젝트 그룹 ‘바다쓰기’

버려지고 쓸모가 없어진 물건에 ‘가치’를 더하고 새로운 제품(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새활용. 제주에서는 ‘교육적 가치’를 입힌 새활용 바람이 불고 있다. 도내 여러 교육 공간들을 찾아 다니며 어린이부터 성인들에게까지 제주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과 그 이상의 가치를 교육과 체험을 통해 전달하는 밑그림 작업이 지금 제주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 지난달 19일 제주시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어린이 도서관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체험 교육 현장. 이날 학생들은 페트병을 활용해 선인장을 만드는 체험 활동을 펼쳤다.

3년 전부터 제주 바다의 해양 쓰레기를 주워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업사이클링 아트 프로젝트 그룹 ‘바다쓰기’ 대표 김지환씨. 바다에 떠밀려 온 폐목재나 유리조각, 패트병 등 버려진 해양 쓰레기들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왔다. 쓰레기였던 물건들은 그의 손을 거쳐 벽걸이 화병이나 전구 등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그는 업사이클링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 활동이나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보다도 ‘교육’이라고 말했다. 길거리나 바다에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은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바라봐왔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제주도는 연간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지만,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괭생이 모자반처럼 자연적인 해양쓰레기도 있지만, 그외 사람들이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의 ‘업사이클링 교육 철학’이 중요해보인다.

때문에 환경적인 창작 영역으로 보여지는 업사이클의 본 목적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창작 영역에 국한되는 것보다 환경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서부터 올 것이라는 그의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제주에서 업사이클링 교육은 이제 시작이었다. 밑그림을 그린 지 이제 1년. 정기적으로 체험 교육을 신청하는 어린이집이나 초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늘기 시작했고, 교육청과의 협약 체결 등으로 그 영역도 점차 넓혀 가고 있다. 또한 그가 만난 ‘업사이클 체험인’은 벌써 수천명, 횟수도 200~300회가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 바다쓰기 김지환 대표는 도내 교육 공간들을 찾아 다니며, 학생들에게 업사이클링 체험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바다쓰기 업사이클링 강좌를 통해 학생들이 만든 작품. <사진=바다쓰기 홈페이지>
▲ 학생들이 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선인장.

지난달 19일 제주시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업사이클링 체험 교육이 있었다. 이날 교육은 해양쓰레기 패트병을 이용해 선인장을 만드는 패트병 아트 체험이었다. 패트병이 선인장이 된다니. 그리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날 체험 교육에 참여한 한 초등학생은 “이 패트병은 사람들이 바다에 함부로 버린 것을 주어 온 것이다”면서 “바다 쓰레기가 멋진 작품이 되고, 집에도 걸어 놓을 수 있는 이 일(체험활동)은 참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이 바다에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배웠다”며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친구들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바다 쓰레기는 체험과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상상력까지 더해져 자연스럽게 환경 오염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새로운 업사이클 가치의 하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바다쓰기 김지환 대표 인터뷰>

▲ 바다쓰기 김지환 대표

도내 업사이클 교육의 1인자임을 자신하는 바다쓰기 김지환 대표는 보다 효율적인 업사이클링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 공간의 필요성과 행정 당국의 협조를 거듭 강조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사이클’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공사를 하다가 문제가 생겨 방치 되고 있는 공간이나 폐건물 등 버려지거나 필요가 없어진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우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주의 쓰레기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이 아이들이 지금은 환경문제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업사이클링 교육’을 통해 쓰레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성장하게 된다면, 그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멋진 디자인 제품 하나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는 더 의미있고 효과적일 것”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절박했다. 업사이클링 교육 프로그램은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교육청과 지자체 등에서의 협조와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업사이클링은 크게 환경, 문화, 교육 이 세가지가 잘 맞물려야 선 순환이 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현실은 교감이 잘 이뤄지지 않아 각 부서에서 다른 부서의 내용을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며 “TF팀을 꾸린다거나 각 부서에서 상호 교환이 잘 이뤄지도록 함께 고민해 이상적인 방향을 도출하고, 접근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쓰레기로 만든 에술작품과 인식도 변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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