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기본룰’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채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서기는커녕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는 형국이다.

발단은 지난 2007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헌재는 지방의원 선거구를 평균인구수 대비 상하 60% 편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도의원의 경우 최대-최소 선거구 인구편차 4대 1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선거는 ‘위헌’이 된다.

이 기준에 의거해 헌재가 정한 인구상한선(3만5779명)을 초과하는 도내 지역구는 제6선거구(삼도1·삼도2·오라동)와 제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 두 곳이다. 때문에 도의원 증원이나 선거구 재조정 등 하루빨리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위헌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12월 도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를 발족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결과도 있었다. 선거구획정위는 올해 5월 제6·9선거구 분구를 전제로 한 ‘도의원 2명 증원’이란 권고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안은 도지사·도의장·국회의원 간 이른바 ‘3자회동’에 의해 묵살됐다.

대신 ‘3자회동’에선 광범위한 도민여론조사를 통해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역 국회의원들이 책임져 제주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도민들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리고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축소’란 결과가 나오자,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위원들이 여러 이유를 대며 발을 빼버렸다. 그야말로 ‘조변석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 정부입법 운운하지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선거구 재조정’ 뿐이다. 문제는 누가 그 ‘총대’를 메느냐다. 원희룡 지사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당사자인 도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들은 현재 전원 사퇴한 상태다. 강창식 전 위원장은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명분만 주어진다면…”하고 여지를 남기고는 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설혹 선거구획정위가 재가동되어 어떤 결과를 도출한다 하더라도 피해 지역이나 당사자들이 선선히 수긍할지 의문이다. 시간 또한 매우 촉박하다.

서로가 책임 떠넘기기에 연연하다보니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 돼버렸다. 지금과 같은 사태는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지만 그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선거구 재조정 시한은 다가오는데, 지방정치는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 제주의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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