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용어 자체만도 생소한 제주
공무원·일반 대중 인식 제고 필요

우리 사회는 성평등( (性平等·Gender equality) 사회인가? 우리 사회의 성차별 정도는 어떠하며, 성평등한 사회는 어떤 사회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은, 이제는 성평등한 사회가 되었다거나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는 시대라는 인식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요즘, 더욱 어렵게 다가온다.

필자는 제주 지역의 보다 실효성 있는 성평등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러한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성평등위원회 설치 공약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많은 검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들이 거는 기대에 맞는 성과물을 기대해 본다.

성평등정책은 젠더(Gender) 또는 성 인지적 관점(gender-sensitive perspective)에서 정책을 계획·실행·평가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젠더 또는 성 인지적 관점은 오랫동안 여성들이 겪어온 성 차별의 경험과 인식을 가시화하고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개선 방안들을 마련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 현상을 자연스럽거나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와 현상이 발생하게 된 구조적 맥락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고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타 지역에서는 이미 ‘젠더축제’나 ‘젠더콘서트’ 등 성 평등 문화 행사에 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의 생소함과 어려움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성인지(예산)’을 ‘성인 잡지’로 잘못 보도하고 난 후 정정보도를 실어야 했을까.

이는 특정 언론인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성별영향분석평가 제도나 성인지예산제도가 성인 잡지를 일컫는 ‘썬데이 서울(정책)’으로 불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질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도민들의 젠더정책 또는 성인지 정책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젠더라는 용어 자체의 어려움 때문일까? ‘4차 혁명’과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정보가 등장할 때 발 빠르게 정보를 흡수하는 우리네 모습과, 한국 사회에서 20년 넘게 젠더라는 정책 용어가 사용되고 드디어 ‘성 주류화’라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워하는 우리네 모습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물론 보다 쉬운 용어로 도입하고자 해법을 찾았지만 더 이상 다른 적절한 대안 용어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 하에 그러한 용어를 법적·정책적 용어로 사용하게 된 배경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젠더라는 용어가 갖는 규범적인 성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평등에 대한 의미와 목적은 공동체의 합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젠더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앙정부를 비롯하여 지역에서 민-관-학을 잇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성평등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과 언어를 가진 주체들이 만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성평등의 개념이나 목적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운동 등 여성계에서는 성평등을 당위적으로 강조한 측면이 있었지만, 일선에서 정작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공무원들의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성평등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을 지향하면서도 공무원 또는 일반 대중의 성평등 관련 인식을 반영하고 조율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도 담당 공무원과 도민들의 젠더 감수성 제고가 함께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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