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관 국회 통과
사법수장 공백·‘인사 참사’ 모면
높은 지지율 믿고 밀어붙이기 ‘문제’

국회·청와대 모두 국민 나눠준 권력
여소야대 ‘인정’한 정치 필요
행정부 견제는 국회의 존재 이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21일 표결에서 출석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명(반대 134명)으로 가결됐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안도 속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에 이어 이날도 부결됐으면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게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이제 대법원장은 임명할 수 있게 되면서 사법부 수장 공백은 물론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동시 공백 사태는 피하게 됐다. 현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24일까지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21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초래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선택한 입법부 국회의 결정이다.

국민들의 불만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선거를 통해서 결정권을 그들에게 위임해 버렸다. 대의민주주의의 체계이면서 맹점이기도 하다.

이번 표결 결과도 안개 속이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당론으로 ‘반대’를 결정한 데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도 자유투표 원칙으로 임했다. 특히 국민의당의 경우 지난 헌재소장 표결에서 ‘우군’으로 계산했던 민주당의 뒤통수를 친 ‘전과’도 있었다.

아무튼 가결됐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고위직의 ‘8번째 낙마’ 사태도 막았다. 낙마 인사엔 박성진(중소벤처기업부)·안경환(법무부)·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인사 참사’였다. 근본적인 원인은 국회나 국민의 기준을 채우지 못함에도 ‘선뜻’ 나선 후보자 본인에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러한 후보자의 허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니면 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청와대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국민 과반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당선됐다. 1342만 3800표로 2위(홍준표 784만8516표·24.0%)와 역대 대선 사상 가장 큰 표차라고는 하지만 득표율은 41.1%다. 그렇다면 지지하지 않은 58.9%의 국민을 헤아리는 정치도 필요함은 당연하다.

보여주는 모습은 ‘직진’이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한국갤럽 6월 첫째주 조사에서 역대 최고인 84%(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고공비행을 이어왔다.

간과한 게 있었다. 눈에 보이는 지지율이란 현찰 뒤에 가려진 ‘채무’다. 앞선 총선에서 형성된 여소야대 정치지형이다. 인기가 좋아 손님이 많아 현찰이 들어온다고 장사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필요조건일 뿐이다. 채무 관리가 필요하다.

현 정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소야대의 현실에서 ‘채권자’인 야권의 협조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내줄 것은 내줘야 한다. 정말 포기할 수 없는 카드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아니 포기해야만 한다. 여소야대에 따른 채무 이행이다.

채무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부도다. 우리는 채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흑자부도로 망하는 기업들을 종종 보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그래선 안된다. 새 정부는 ‘촛불’에 대한 큰 빚도 잘 갚아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 국민을 위해 어느 정부도 실패해선 안될 일이다.

채무를 외면하며 지지율만 믿었다간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세상인심이 그렇듯 최근엔 대통령이 지지율이 65%대까지 떨어졌다는 보도다.

현찰을 잘 관리하면 채무를 해소할 수도 있다. 성실한 ‘채무자’로서 2년을 보내고 다음 총선에서 압승한다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보여진다.

채권자의 위세라며 야당을 탓할 수는 없다. 행정부의 요구대로 매사 ‘OK’ ‘Yes’ 하면 입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국회가 ‘No’ 할 때도 있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더러 고깝고 안타깝더라도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국회도, 청와대도 똑같이 국민들이 나눠준 권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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