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13 지방선거 파행을 막기 위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직접 나섰다. 원 지사는 20일 담화문 형식을 통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조정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며 획정위원들의 복귀를 공식 요청했다. 발표에 앞서 원 지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 도민들께도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원희룡 지사는 “더 이상 시행착오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선거구 획정(조정)은 반드시 해야 하고, 누군가는 힘든 짐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그 짐을 나누고 더 크게 무게를 질 각오”라고 다소 비장한 심경도 내비쳤다. 사퇴서를 제출한 획정위원 열한분의 복귀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힌 것도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인구가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7년 결정한 광역 시도의원 인구 기준을 초과하는 선거구가 2곳(제6·9선거구)이 됐다. ‘위헌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선거구를 재조정하거나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선거구획정위가 출범됐고, 올해 5월 결과도 도출됐다. 아라동과 오라동을 독립선거구(도의원 2명 증원)로 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안은 이른바 ‘3자 회동’에서 일방 폐기됐다. 이때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3자 회동’에선 획정위 권고안 대신 도민여론조사를 통해 의원입법으로 특별법을 개정키로 했으나, 민주당 제주 국회의원들이 막판 발을 빼면서 이마저 무산됐다. 의원입법이 무산된 마당에 정부입법 또한 가능할리 만무하다. 때문에 특별법 개정을 통한 해법 모색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은 돌고 돌아 다시 선거구획정위로 넘겨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강창식 전 위원장은 조만간 위원들을 소집해 복귀를 논의해보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위원들의 복귀여부도 문제지만, 설혹 선거구획정위가 재가동돼 어떤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모두가 이를 수용할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랴마는, 작금의 사태는 눈치보기와 상대방에 떠넘기기 등 무책임으로 일관한 제주정치권 전체에 그 책임이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가 차질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모두가 해법 마련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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