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가운데 ‘예술품’ 쓰레기소각장
방공호 활용 주차장 등 창의적 발상

가을비 내리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모처럼 유럽 겨울 초입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우리와는 매우 다른 한산한 도심 속에서 어디로 달려가고 달려오는지 전철만이 바쁘게 줄달음쳐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널찍한 거리는 자동차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분리되어 있어 각각의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안전성 있는 ‘사람 중심의 도시’를 엿볼 수 있다. 천년을 넘어서는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즐비한 번화가의 슈테판 대성당과 ‘국립오페라하우스’에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숨 쉬고 있다.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고 빈에서 활동하다가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천재적 음악 유산은 나라 전체를 음악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브랜드화 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국민소득 5만 달러 경제성장의 밑거름을 형성하고 있다.

유럽의 인문학적 사고에 근거한 삶의 문화는 격조 있는 도시 공공 디자인에서 정체성을 구구절절 느껴볼 수가 있었다.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1928~2000)는 화가이면서 건축가다.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란 건축가가 지금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는 가우디 대성당을 설계해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높이면서 문화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훈데르트바서는 빈 도심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다.

그들은 공공시민 아파트를 자연과 예술, 그리고 현재 사람들이 공존하는 건축물로 탄생시켰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비전과 너무도 흡사한 이야기다. 잠시도 쉬지 않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에서 그들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 연합은 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고 있다. 덴마크는 95%를 재활용하고 5%만 소각한다. 빈의 소각장 시설은 번화가 중심지에 있다. 1970년대 초 시정부가 설치 구상을 발표하자 시민 반발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1년이 넘는 토론 끝에 설치됐고 일반 쓰레기를 소각하기 시작했다. 악취와 다양한 생활문제가 발생 안할 수가 없었다. 시민들은 꾸준히 외곽지 이설을 주장했고 이에 시정부는 새로운 기술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설득했다.

지금의 모습은 교통부 건물과 시민들의 일상을 맞는 거리 중심에 훈데르트바서 작품으로 우뚝 솟은 도심 속 조각 건축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쓰레기 소각으로 열병합 발전 결과물은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하루 250t을 소각하는데 단 한 순간도 악취를 느낄 수 없다. 아이들의 환경교육 현장이면서 도심 관광상품으로 각광받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쓰레기 등 연일 쏟아져 나오는 환경 오염원들을 멀리 하려는 ‘속성’을 과감하게 탈피, 생활중심으로 끌어들여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본 가치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방향설정도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거대한 폐광 같은 동굴 방공호로 사용됐던 공간을 도심 주차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도 유익한 도심마을 만들기 성공사례인 듯하다. 버려졌던 동굴을 개조해 지하 주차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잘츠부르크 도시의 창의적인 발상도 꼭 새겨두어야 하는 대목이다.

유럽 방문의 목적인 제주시와 우호협력도시를 맺고 있는 로렐라이시의 ‘2017 라인강 불꽃 축제’에 특별초청돼 라인강의 불꽃을 만끽했다. 2009년에 설치된 두 기의 돌하르방이 도심 가운데서 반겨줬고, 베르너 그로스 시장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들이 환대해 주었다. 작은 도시지만 라인 강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해 보려는 노력과 비전이 느껴진다. 두 도시 간 균형 있는 우호협력관계가 지속되길 소망한다.

“창조되고 있는 도시의 미래는 인간들이 열정에 비전을 함축했을 때 걸작품이 탄생한다.”는 말이 있다. 도심 속에 공공아파트를 조각 건물로 탈바꿈 시키고 일반 쓰레기 소각장을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켜 오히려 도시민의 긍지로 거듭나게 하는 창조적 지혜는 바로 인문학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정리해 본다.

특히, 민주적 갈등관리 사례가 낳은 삶의 문화를 다시금 뒤돌아보게 하는 순간이다. 변화는 불편을 감내하는 성숙함이 있을 때 더 향기로운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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