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며느리들 낯설지 않은 한국의 추석
고향 못가지만 긴 연휴 가족과 나들이 계획

“이제는 차례상 명절 음식 줄줄이 꿰고 있죠.”

중국에서 온 다문화가정 며느리 김정희(43)씨는 이제 명절이 두렵지 않다. 16년 전 대한민국 제주도로 시집을 올 때에는 ‘제사’라는 이름조차 낯설었던 그였다.

“시집을 오고 얼마 안가 명절이었다. 중국에서는 제사를 한번도 지내 본 적 없었는데, 낯설었던 한국문화에 적응도 하기 전에 수십가지 음식도 모두 만들어야 했고, 수많은 친척들까지 챙겨야 하니 할일이 너무 많아 무엇을 먼저 해야 할 지 정신을 못차리던 때가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땐 떡이고 전이고 모두 집에서 만들 때여서 고충이 더 심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송편, 두부전, 떡, 고사리, 배 등 차례상에 올려야 하는 음식부터 순서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더할 나위 없는 ‘한국인 며느리’다.

김씨는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기본은 한다”면서 “요즘은 예전과 달리 떡은 떡집에서도 맞추고, 준비 방법도 손에 익어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에 정착한 일본인 미사코(42)씨도 제주 생활 10년에 한국 명절 음식은 이제 도가 텄다.

미사코씨는 처음 시집 왔을 때 한국은 제사나 명절에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왜 이렇게나 많이 만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추석을 쇨 때 가족끼리 간단한 음식만 차려놓고 지내는 것만 봐왔던 미사코씨는 며느리들이 힘들게 고생하면서 많은 음식들을 장만하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미사코씨는 “넉넉한 추석을 보내고 조상님께 복을 기원하기 위해 그만큼 음식도 넉넉히 차린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면서도 “며느리들만 고생하는 것 같을 때 사실 조금 힘들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명절 준비에 바쁜 다문화 가정 며느리들 모두 한가지씩 소망을 전했다. 김씨는 16년을 제주에 살면서 지금껏 딱 한 번 중국에 갔고, 미사코 씨도 일본에 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 늘 내편이 되어주는 남편이 산에도 가자고 하고 바다도 가자고 해 제주 여행을 하게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면서도 “명절이면 늘 고향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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