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 돼지고기 반입 제한 조치가 10일 0시부터 전격 해제됐다. 가축전염병 유입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02년 금지 조치를 취한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단, 조건부 허용이다. 도축한 고기와 부산물만 반입이 가능하며 살아있는 돼지는 반입할 수 없다. 또 다른 지역의 돼지고기를 반입하기 위해서는 3일 전까지 제주도동물위생시험소에 반입품목과 물량, 반입지역 등을 사전 신고해야 한다.

각종 질병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함께 취해진다. 반입 돼지고기의 경우 시료를 채취해 돼지열병 바이러스 모니터링 검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 돼지열병 발생 시 질병이 종식될 때까지 반입이 전면 금지된다.

이번 조치는 여러 가지 측면이 고려됐다. 우선 소비자들의 선택권 문제다. 그동안 도민과 관광객들은 상대적으로 값비싼 돼지고기를 구입해 먹어야 하는 등 선택의 자유를 갖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제주산 일반 돼지고기의 평균 도매가는 1㎏당 2만원대로, 다른 지역 돼지고기(㎏당 1만2000~1만3000원)에 비해 30~40%가 비싼 편이다.

이와 함께 반입 금지의 목적 중 하나인 제주산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이 2009년 구제역 백신 접종 파동 이후 중단된 것도 정책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특히 제주 서부지역 양돈장들의 축산분뇨 불법배출 사건에 따른 도민들의 반감 여론 역시 반입금지 해제에 한 몫을 거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 및 유통·요식업계 등의 환영 분위기와는 달리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최근의 ‘과오’ 탓인지 도내 양돈업계는 대체로 제주도의 결정을 따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선 “이후 돼지열병 등 대규모 전염병 발생 시 그 책임을 제주도가 져야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보다 더욱 큰 문제는 유통과정에서 업자들의 폭리와 함께 반입된 육지부의 돼지고기가 제주산으로 둔갑해 역반출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으로 관련당국의 철저한 관리 및 단속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타 지역에서도 고급이미지로 선호도가 높은 ‘제주산 돼지고기’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퇴색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제 육지부 돼지고기와의 선의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됐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맛과 질 등에서 차별화된 제주만의 돼지고기 생산에 좀 더 주력해야 한다. 향후 도내 축산당국과 농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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