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
힐링·충전의 으뜸장소로 제주 부각
사드 직격탄 제주관광에 시사점

인위적 콘텐츠로 성공한 싱가포르
제주의 오름·바다·숲 가치 더 커
‘자연+문화+콘텐츠+사람’ 전략을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종편의 주말 방송 ‘효리네 민박’이 종영됐다. 그 인기의 이유를 생각해 봤다. 우선, 가수 이효리 부부의 꾸미지 않은 ‘날 것 같은’ 담백함과 달달한 생활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일반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평범한 민박집의 생활상을 진솔하게 그려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제주를 배경으로 여행객들의 힐링의 순간을 담아 제주의 자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방인의 눈에 들어온 ‘효리네 민박 속’ 제주는 아직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나를 이끄는 기분이었고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게 했다. 청명한 하늘과 다채로운 구름들, 자연이 뿜어낸 오묘한 빛의 저녁노을과 바다 물결 등 한 폭 한 폭 아름답게 그려낸 영상 속에서, 일상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삭막하고 상처받은 마음들을 달래고 다시 에너지를 얻어가는 아름다운 으뜸장소로 제주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지금 제주는 이들 장소가 방문객으로 북적이며 효리네 민박 ‘특수효과’를 보고 있다. 10년, 20년을 내다볼 제주 관광산업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고 본다.

중국 유커들에 많은 의존도를 가진 도내 관광산업이 사드보복 직격탄을 맞고 있다. 14억 인구의 중국을 제주의 단골 고객이라고 믿고 지금의 위기를 생각조차 못했다.

2016년 제주 방문 중국 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5%를 차지한다. 미국·유럽 관광객은 3.9% 수준이다. 제주의 관광산업 다변화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사드문제가 해결돼 중국 여행객이 다시 찾게 될 날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제주도는 싱가포르 면적의 2.6배인데 반해, 인구는 11% 정도다. 2016년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60만명인데, 싱가포르는 1640만명으로 제주도의 4.5배 이상이다. 그렇다면 제주에선 ‘느림의 미학’으로 또 다른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습지지역으로 천연 관광자원이 부족한 좁은 국토의 싱가포르를 전 세계인이 찾도록 만든 경쟁력은 무엇일까. 천연자원이 없기에 오히려 디자인과 콘텐츠로 국가 계획 하에 만들어진 각종 독창적인 건축물은 그 자체로 싱가포르의 훌륭한 관광자원이며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건설사가 지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몇 년 전 방문했을 당시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인 주변의 야경과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낸 피사체는 그야말로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오름·바다·숲이 어우러진 천혜의 제주도가 갖는 관광자원의 가치는 더 클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살려 전 세계인들이 찾고 또 찾고 싶은 관광도시로 만들어내야 한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여행의 경비는 1차적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제주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또한 이유가 안된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건축물에서 조화로움이나 시선을 사로잡을 독창성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예쁜 돌담과 밭담, 자연과 어우러진 제주의 건축물 또한 어느 순간 사라지고, 세련되고 통일된 아름다움(美)도 없는 도시로 변해버릴까 걱정된다.

난립하는 간판이며, 도심을 누비는 제각각의 버스 디자인과 색상 또한 어울림이 부족하다. 제주공항에 내리는 순간 환상의 섬에 온 것처럼 도심을 구성하는 작은 하나하나의 것들조차 공공디자인 소재로 제주를 더욱 아름답게 빛낼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연+문화+콘텐츠+사람’이 조화로운 관광 전략화가 필요하다. 사드보복 같은 걸로 위축되지 않기 위해 관광시장 다변화 또한 이뤄져야 한다. 국제자유도시를 천명한 지 10년이 넘는 제주가 외국인 자유여행객들의 불편함이 무엇인지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1회성이 아닌 언제든지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해외에서 불고 있는 한류문화, K-POP 붐을 제주 관광자원으로 연결하면 효리네 민박으로 얻었을 ‘특수효과’처럼, 겨울연가의 남이섬 효과처럼 전 세계 여행객들의 제주 매력으로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고령화 시대, 베이비부머의 은퇴물결 시점에서 관광상품의 개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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