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차원선 긍정적 평가
청정 브랜드 가치 하락 등 문제점도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문맹률이 매우 높아서 상점 주인들이 상점 이름 대신 팔고 있는 물건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표시를 상점 앞에 걸어 손님에게 물건을 알리고 판매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것이 요즘 말하는 브랜드(Brend)의 유래로 보고 있다.

20세기 들어 2차 산업과 3차 산업이 성행하면서 대량생산으로 인한 경쟁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됐고, 브랜드는 이러한 경쟁에서 제품을 차별화시키는 주요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국가·공공기관·지역·유명인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개념이 광범위하게 확대, 활용되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브랜드의 개념은 우리 제주에도 적용되는데, 제주의 농수축산물이 소비자들에게 청정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축산물의 경우에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축산 강대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해온 유일한 품목이다.

이 중 제주의 돼지고기는 지난해에만 85만 마리가 도축됐고, 도축물량의 약 70%가 육지부에 판매가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러한 배경에는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가 결국에는 독이 된 것일까? 생산량을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기적인 일부 농가들이 축산폐수를 불법적으로 처리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축산 농가는 물론 도민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축산폐수와 악취 문제는 제주 축산업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청정 자연환경을 통해 어렵게 구축한 브랜드가치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는 결국 ‘자기 파멸’에 이르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지난 2002년 4월 제주산 돼지고기 수출과 돼지열병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됐던 ‘타도산 돼지고기 반입금지’ 조치가 이달 10일 조건부로 해제됐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연중 발생하면서 일본으로의 수출이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육지부의 돼지열병 백신항체 형성률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도민들의 값비싼 돼지고기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소비자의 선택권 차원에선 바림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조치에 우려도 있다. 돼지열병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다는 것은 상시 발생된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철저한 예방 방역이 요구되는데, 현재 방역 시스템으로 육지부의 반입물량에 대한 방역이 가능할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타도산 돼지고기가 반입되어 제주산으로 둔갑하여 판매되는 부작용 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 타도산 돼지고기가 반입된다고 해서 과연 현재의 유통구조 속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가겠느냐는 점도 우려스럽다.

결국 공판장 경락가격이 하락해서 농가들이 손해를 봐도, 중간상인들만 이득을 보고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번 정책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제주산 돼지고기 인증점도 현재 전국 23개소에 불과한 상황으로 인증제도의 확대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원산지 단속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수는 제한적이고, 국내산이라는 표기만 하면 제주산이든 국내산이든 얼마든지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의 소지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제주 돼지고기의 브랜드 가치는 단순히 축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품산업과 유통업 등 다양한 전후방 산업에 연계돼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제주산 돼지고기만 취급한다는 인식 덕분에 1000만 관광객들이 제주를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의 우선순위에 돼지고기가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주산 돼지고기의 브랜드는 포기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제주 돼지고기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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