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인사청문회 무난 통과
제4대 ‘사령탑’에 올라
기대 크지만 난제도 만만찮아

면세점 올인 현재로선 ‘得보다 失’
‘밑빠진 독에 물붇기’ 조짐도
전반적인 조직진단 활로 모색을

 

 

원희룡 제주지사가 박홍배 전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60)을 제4대 제주관광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13일 도의회로부터 ‘적격’ 판단 통보를 받은 직후다. 신임 박 사장은 지난 1976년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투자유치과장과 국제자유도시과장, 경제산업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에 앞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김희현)는 인사청문회를 열고 ‘적격’ 내용을 명시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 청문 과정에서 제기됐던 관광이력 부족 등 전문성 미흡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인사 의혹 등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문광위는 심사보고서에서 “제주관광공사 설립 취지에 맞는 다양한 관광마케팅 및 면세점 적자 개선을 위한 혁신적 자구노력, 제주관광 발전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0여 년 간 공직생활에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관광분야에 접목시켜 나간다면 경영 위기 극복 등 제주관광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적격자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도의회의 인사 청문을 통과하고 임명까지 받았으니 우선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 제주관광공사가 처한 환경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아니 ‘총체적인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지난해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 평가에서 제주관광공사는 최하위 그룹인 ‘라 등급’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공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2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태가 엉망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도내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2016년도 실적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제주개발공사와 제주에너지공사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거머쥐었지만 제주관광공사는 하위권인 ‘다 등급’에 머물렀다. 공사 측은 시내면세점 개장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와 ‘사드 영향’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 감소 등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구구한 변명일 뿐 경영 전반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바로 제주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면세점’ 문제다. 당초 외국인 면세점 시장에 진출할 때 도청 안팎에선 섣부른 ‘장밋빛 환상’보다 스스로의 역량과 내실을 키우는 등 ‘생존 전략’부터 마련할 것을 누누이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공사 측은 면세점 운영 시 첫 해 매출액을 700억원(순이익 50억원), 4년차부터는 1000억원(순이익 1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이후 면세점에 ‘올인’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앞뒤 가리지 않고 44명의 인력을 채용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319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돈이 없어 올해 추경에 운영비 20억원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19억원이 인건비였다. 관광공사 직원 월급을 도민 혈세로 충당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도의원들이 ‘면세점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된 구상’ ‘주먹구구식 경영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등의 거친 발언들을 쏟아내며 성토했지만 그뿐이었다. 결국 발언이 채 식기도 전에 운영비 20억원 지원은 원안 통과됐다. 면세점 인건비를 혈세로 충당하는 선례를 도의원들 스스로 남긴 꼴이다.

현재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시내 면세점을 신화역사공원으로 확장 이전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대기업 계열의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면세점을 포기한 사례에서 보듯이 ‘사드’ 등의 사태로 인한 매출 손실은 하루아침에 복원될 사안이 아니다.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했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더욱이 현 관광공사 경영 상층부에는 면세점 관련 전문인력이 전무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박홍배 사장의 취임사를 읽어봐도 면세점 적자 개선을 위한 눈에 띄는 정책이나 혁신적인 자구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관광산업 육성으로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제주관광공사의 설립 목적이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는 면세점사업에 올인하면서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형국에 처했다.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붇기’ 현상이 고착화되기 이전에 향후 면세점 운영과 관련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홍배 사장이 이런 점을 유념해 관광공사의 전체적인 조직진단과 함께 새 그림을 제대로 그려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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