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급속 성장 속 유전적 문제 봉착
연구센터 품종 개량·경비 절감 주도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우주산업과 함께 수산양식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규정했다. 윌리엄 하랄(William Halal)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양식업은 첨단 기술 산업 못지않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예언’대로 이상기후와 남획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돼 가는 지구촌에 양식업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광어양식이 급속도로 성장,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주의 광어양식 산업은 2016년 현재 2만6098t으로 전국 생산량 4만1620t의 63%를 점하고 있다. 어류 육상양식 산업으로 볼 때 단일 품종으로는 국내 제1위의 양식어종이면서 세계적 기술수준의 양식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주도 광어양식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실내 육상수조에서 연중 수정란 생산기술 확립과 광어양식에 최적인 20~24℃로 만들 수 있는 지하해수가 개발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다. 1986년 도내 5개의 양식장에서 2t 생산을 시작으로 2009년엔 육상양식장이 306개에 이르렀고 생산량도 2만6047t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는 358개의 육상양식장이 운영되고 있으나 생산량은 2만6098t에 머물렀다. 소수의 어미집단에서 수정란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30여년 동안 근친교배가 이뤄지면서 성장 저하·질병 발생 증가·기형어 증가와 같은 유전적 열성화에 의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수정란 생산업체에서도 자연산 수컷 가입, 타 업체 생산 어미 가입 등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유전육종을 접목한 선발육종이나 체계적인 육종사업은 비용과 전문적인 지식 부족 등으로 적극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어류 양식 육종분야에 있어 최고의 기술을 가진 나라는 노르웨이다. 노르웨이의 대표 양식분야인 연어양식은 초기 송어양식에 비해 생산량이 적었으나 1971년 정부 차원에서 육종이 시작되며 현재는 연간 100만t 이상을 생산하는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했다.

노르웨이 연어는 품종개량을 통해 10세대를 지나는 동안 자연산이 8개월에 0.5㎏으로 성장하는데 비해 1.5㎏으로 성장하는 속성장을 이뤄냈다. 양식생물이 한 단위 성장할 때 필요로 하는 사료의 단위인 사료계수가 개선되면서 생산비 절감에도 성공했다.

현재 제주의 광어양식은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조수입과 1차산업 수출의 53% 이상을 차지하는 제주의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시에 생산량 정체·폐사율 증가·채산성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제주도 광어양식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우량 수정란 보급과 개발단위당 양식원가를 낮추는 비용절감 방안이 필요할 때다. 이에 우리 해양수산연구원이 설립한 ‘광어연구센터’가 적극 나설 방침이다.

30년 역사의 광어 양식산업의 지속발전을 위한 연구를 목적으로 건립된 광어연구센터는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질병에 강한 광어 품종 개발 및 우량 수정란 생산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사육방법 개선, 높은 효율의 배합사료 개발과 사육환경 개선 등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농사’에는 뭍이나 물이나 가장 중요한 게 ‘씨앗’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씨앗이 좋지 않으면 떡잎이 잘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양식업에서 육종연구가 중요하다. 육종 연구는 외국 품종 도입에 따른 로열티 지급을 줄인다는 점에선 국익에도 부합하는 만큼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육종연구의 가장 큰 잠재력은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이다. 특히 제주의 광어는 주변국에 비해 경험이 많고 육종연구의 기반이 확립되어 있어 기술 우위 및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 조금 더 연구하면 결실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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