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제주해군기지 관련 여론조작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군제주기지전대에서 고용한 경비노동자들에 의해 ‘민간인 불법감시와 인권탄압’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더욱이 ‘적폐청산’을 개혁 화두로 내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이 같은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강정마을회와 제주평화의섬실천을위한범도민대책위 등이 1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밝힌 내용은 허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해군(해군제주기지전대)이 지난해 창설부터 감시직 경비노동자들을 고용해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인근에서 집회와 문화 활동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시적인 불법감시와 반인권적 폭력을 자행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해군이 고용한 경비직 노동자들은 마을주민 및 평화옹호자들의 이름과 재판일정 등과 같은 개인정보를 미리 알고 당사자에게 위협과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 SNS에 올린 글을 감시하기도 했다.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단순한 주장만이 아니다. 마을회 등에서 공개한 관련 영상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해군제7기동전단 앞에서 이뤄진 집회 도중 해군 측 경비용역들은 스피커를 크게 틀고 “씨X놈아 너 나이 처먹고서 이 지랄하니 좋겠다… X새끼야” 등 육두문자로 욕을 하고 시비를 거는 장면이 숱하게 나온다.

강정마을회 등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언사와 비인격적인 행위를 1년 10개월이 넘도록 매일 겪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면서 “이처럼 비열한 불법 행위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해군 측의 입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증언과 증거 영상이 있기에 진상규명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경찰 등 사법당국은 이 문제와 관련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해군도 더 이상 경비 노동자들 뒤에 숨지 말고, 잘못이 있으면 솔직한 사과 및 재발방지 노력과 함께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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