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부서 수사과장 박미옥 경정
유영철 연쇄살인 등 굵직한 사건 해결 베테랑
“업무분석 통해 성별 넘는 ‘적재적소’ 인사 필요”

유리천장(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 여형사의 성장을 두고 ‘유리천장을 깼다’고 표현하는 경찰과 언론에 대해 당사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해방 이후 72년의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경찰조직. 오는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여경 최초’ ‘여경의 전설’ 등 각종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제주동부경찰서 수사과장 박미옥 경정을 19일 만나 여경으로서, 강력계장으로서 느끼는 경찰 조직 미래를 들어봤다.

“강력팀에 여성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립스틱 정책 아니냐” 1988년부터 경찰 생활을 시작한 박 경정에게는 ‘최초’라는 스포트라이트가 짙다. 그래서 그 흑막 뒤에 ‘편견’도 존재했었다는 걸 모르는 이도 많다.

그는 “난 다양하고 원칙이 있는 치안서비스를 위해 유연함을 갖고 현장 근무를 하며 지휘할 수 있는 자리까지 도달한 것뿐이다”면서 “왜 꼭 강력팀을 ‘강함’으로 생각해야 하고, 여성이 오면 어떤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유리천장 이야기를 듣는 강력계장은 어떤 마음으로 경찰 생활을 했을 것 같나. 너무도 ‘슬픈 단어’다”라며 “이제는 ‘여경의 비율’에 관심을 두기 보다 물리적 힘이 얼마나 경찰에 필요한지, 경찰 업무를 수행하며 힘이 아니라 어떤 것을 더 요하는지 등 전체 업무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여경에 대한 편견까지도 해소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사회의 편견을 어떻게 대해왔을까. 박 경정만의 노하우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성공의 노하우는 아이러니하게도 ‘편견’에서 시작됐다.

무조건 범인을 잘 잡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초짜 경찰 시절, 우리 사회와 법 안의 편견 및 편향을 알게 되고부터 그는 사건을 대하는 ‘시각’이 바뀌게 됐다. 그것이 그의 성공 스토리이자 노하우다.

이후에도 만삭 의사 부인 살인 사건, 신창원 탈옥 사건, 유영철 연쇄 살인, 압구정 제과점 인질극 등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그는 인질, 살인범, 피해자 등 모두를 ‘상대방의 시각’을 통해 사건들을 해결해 갔고, ‘힘’이 아닌 ‘기술과 도구’로도 사건을 지능적으로 해결 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편견으로 시작된 경찰 생활이었지만, ‘연습 없는 현장’의 즉각적인 대처를 위해 군살을 찌웠고, 그 군살은 열정과 노력까지 더해져 ‘유리천장을 깬 여형사’가 아닌 ‘형사 박미옥’임을 증명해냈다.

인터뷰를 마치며 여경으로서 또한 강력계장으로서 후배들을 위해 조언도 잊지 않았다.“세월은 경력이 아니고, 경력이 전문성도 아니며, 매순간 경찰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직무적 성격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일의 재미를 찾고 내실있는 성장과 매진을 통해 군살 박힌 형사가 되길”

한편 박 경정은 여성 경찰 최초로 강력계에서 경감 계급으로 승진했고, 최초로 강력계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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