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초·중 무상급식 교육적 성과
고교도 도입 무상교육 발판 삼아야

‘스탠리의 도시락’라는 외화가 있다. 2011년 5월 개봉한 인도 영화로 식탐이 많은 선생님과 학생 스탠리가 도시락을 놓고 쟁탈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엮은 코미디다.

점심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학교에 가던 학창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영화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물로 배를 채우던 친구들과 도시락을 나누던 훈훈한 ‘우정의 도시락’이 있었다.

오늘의 아이들은 못 먹어서가 아니라 너무 먹어서 걱정일 지경이니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은 상상을 넘어서게 풍족한 세대다. 그러나 아직도 점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여전한 게 제주의 현실이다.

시대사회적 요구나 경제적 수준을 볼 때 이제는 보통교육의 급식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교육복지는 국가의 책무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며, 앞으로 꼭 달성돼야 하는 고교무상교육의 기초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06년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의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을 다하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보장되는 기틀이 마련됐다. 그리고 도민들이 지방자치의 위력을 체감했던 것 중의 하나가 ‘무상 학교급식의 실현’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2010년 ‘단순한 점심식사만이 아닌 진정한 교육, 학생중심의 교육철학, 국가교육의 원칙에서 접근한 공교육’의 의미로 3886명 도민의 주민발의 서명으로 조례 제정이 추진돼 전국에서 최초로 친환경급식을 실시했다. 무상급식 대상을 보육시설부터 유초중고교까지로 확대한 ‘제주도 무상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2013년도에 수많은 논란 속에 도의회가 중심이 되어 중학교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제주도정과 교육청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도내 모든 유·초·중 학생과 취약계층 고교생에게까지 무상급식의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무상급식은 제주도정과 교육행정 및 제주도의회의 합의 정신을 살린 성과다. 지방재정의 우선순위에 대하여 분명한 교육적 의지를 보여준 제주도정의 결단이며,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지방자치의 뚜렷한 성과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이제 제주교육은 예산 1조원 시대를 맞이하면서 제주 무상보통교육의 ‘제3의 도약의 길’, 완성의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 됐다. 도내 고교생의 4분의3 가량이 고교무상급식의 혜택을 받고 있고, 고교 학비 지원도 저소득층은 물론 공공기관 등 근로자 가구 자녀까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정작 10가구당 3가구에 해당하는 중소 자영업 가구의 자녀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학교무상급식은 급식의 질 향상, 도내 친환경재배농가 육성, 먹거리에 대한 심리적 부담 해소, 공교육의 질 향상 등 교육복지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보통교육의 완성이자 나아가 고교완전무상급식을 발판으로 고교무상교육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기에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2016년 기준 99.7%의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상황이지만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민간부담 공교육비 비율이 14년째 1위다. 우리가 진정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교육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보통교육으로서 고교무상교육은 복지 측면보다는 국가의 당연한 의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단순히 수업료 등을 면제하는 정책이 아니다. 학생들의 배울 권리를 찾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여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정부 차원에서 교육의 책무성을 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고교수업료 지원 등 고교무상교육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제주가 정책적 실현 의지를 가져야 한다. 제주가 교육복지 선도적 모델로서 한국의 교육을 리드하고 세계 최고의 선진교육지로서 거듭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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