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헌법 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논의가 권력구조에 집중되다 보니 ‘농업·농촌 관련 내용은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모두의 관심을 부탁드려본다.

헌법은 국가운영의 철학과 원칙을 규정한 최상위법이다. 하지만 30년 전 개정된 현행 헌법에는 농업의 가치와 역할을 명문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 정책에서도 농업은 특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논리에 휩쓸려 이래저래 치이는 모습이다.

농업·농촌은 안전한 농산물 생산 기능을 기본으로 함은 물론 농지의 환경기능, 천연자원의 보존 및 전원지역의 유지기능, 지역 분산적 균형발전 기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마지막 일자리 창출 기능 등 다양한 가치와 역할을 갖고 있다. 어느 하나 쉬이 볼 수 없는 귀한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농업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산업 행위, 농촌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환경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산물 가격 결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농업인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며 시장을 통해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농업현실은 녹록치 않다. 농업인구는 5%에 불과하고 그마저 고령농이며,  FTA 체결 확대 등 전면적인 시장 개방화, 기후변화 등 환경변화는 미래농업에 위기감을 준다. 이로 인해 농업농촌이 축소되고 도농간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스위스와 같은 선진국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 유지를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우리도 헌법에 농업의 역할, 국가의 지원의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안정적 식량 공급뿐만 아니라 다원적 기능과 공공적 가치 등 농업의 역할과 기능을 담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보상되지 않는 국토 환경 및 경관의 보전, 다양한 생태계 보전 등에 대한 지원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농업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논리에서 벗어나 국가를 유지하는 식량안보 등 다원화 관점으로 전환 될 때 미래농업, 지속가능한 농촌이 가능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제주농업기술센터 고봉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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