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섬여자’가 되어 제주도민으로 260일을 살고 있다. 관광객이 아닌 정착주민으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제주생활의 속살을 느끼며 이곳저곳 다니면서 나름대로의 기록을 블로그를 통해 이어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이나 SNS에 올려져 있는 정보를 보고 멋있고 맛있는 여러 장소들을 둘러보았는데 그런 과정중에 새로운 친구와 지인들을 사귀게 되며 매일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고 있다.

특히 고향의 제주인 분들과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아름다운 자연과 음식에는 독특한 문화가 깃들어 있고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을을 알게된다.

요즈음 다크투어로 관심을 받고 있는 해방 전후의 일제 진지동굴과 4·3 유적, 조선시대의 유배문화, 고려시대의 항몽과 몽골 지배 100년 등은 도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함을 새삼 느껴가고 있다. 그리고 마을의 특성을 살린 마을만들기 사업과 체험 등의 과정에 참여해보는 것도 또 다른 제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생각된다.

이런 생각의 배경은 봄날 해바라기를 보러 우연히 찾은 항몽유적지가 시작이 되었다. 단순히 꽃을 보러 가까운 곳을 찾았는데 그곳을 관리하는 분을 만나 짧지만 고려시대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고향 인천과 가까운 강화도에서의 항몽 관련 역사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제주가 최후의 항쟁지역이었고 그 결과로 100여년 동안 몽골의 직간접적인 지배를 받으며 생겨난 문화와 유적이 도내에 산재해 있다는 건 처음 알게 되었다. 그후로 항몽유적지를 찾게 되었고 갈 때마다 새롭게 변신하는 꽃발들도 감상하고 이웃한 마을에서 운영하는 농촌사랑 체험관도 알게 되어 역사이해와 체험을 겸해 이주민과 관광객들을 모시고 몇차례 행사를 진행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항몽유적지에서 내년부터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라는 청귤청 담그기와 감귤체험, 이웃마을 유수암리와 연계해서 운영하는 나무 젓가락과 볼펜 만들기, 활쏘기 체험 등은 재미도 있었지만 역사유적지와 결합한 새로운 시도라 더 의미가 있어 보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주해서 살고 있는 제주도민으로서 문화와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고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나와 같은 이주민들도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제주시 외도1동 서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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