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등 바른정당 9명 탈당
도로 자유한국당 품에…
‘개혁보수’ 외친 게 엊그제인데

원내 4당체제 붕괴 정치권 요동
야권發 ‘정계 개편 신호탄’
상황 따라 ‘배신의 政治’ 계속될 듯

 

 

배신(背信)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대상에 대해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는 것’을 말한다. 또다시 ‘배신의 정치’가 재연됐다. 김무성 국회의원 등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9명이 6일 탈당을 공식 선언한 것. 이들은 8일 탈당계를 제출하고 9일에는 자유한국당 입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의석수가 20석에서 11석으로 줄며 국회 교섭단체의 지위를 잃고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개혁적 보수’란 기치를 내걸고 바른정당이 창당된 것은 올해 1월 24일이었다. 새누리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彈劾)과 관련한 책임공방 끝에 비박계 의원 33명이 탈당해 만들었다. 바른정당은 정강정책에서 “진정한 보수의 길을 통해 깨끗하고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창당대회에서 의원들을 포함한 바른정당 지도부는 모두 연단에 올라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특히 무대 한가운데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무성 의원은 “대통령의 헌법 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참회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 같은 탈당과 창당 행보 이면엔 당시 혜성같이 떠오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해 자당의 대선(大選) 주자로 내세우려던 속내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카드는 허망하게 무산됐고, 바른 정당은 올해 3월 28일 유승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때부터 ‘배신 및 반란’이 태동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내 5월 2일, 비(非) 유승민계로 분류된 국회의원 13명이 집단 탈당했다. 명분은 ‘보수 대통합’이었다. 그리고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옛 새누리당에서 이름이 바뀐 자유한국당 품에 다시 안겼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도, 자신들이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세력으로 규정해 맹비난하며 박차고 나왔던 한국당으로 원대 복귀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적극 주도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진실규명을 외치며 맹위를 떨쳤던 권성동·김성태·장제원·황영철 의원(이튿날 탈당 철회) 등이 포함돼 있었다. 청문회서의 그 열정이 ‘위선(僞善)’이 아니었다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김무성 의원 등 이번 제2차 탈당을 감행한 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지금은 각자 다른 길을 가지만 더 큰 보수 통합의 강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염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대의명분을 내팽개친 정치꾼들이 자기 살길을 찾기 위한 허울 좋은 궤변(詭辯)일 뿐이다.

이와 관련 유승민 의원은 “몇 명이 남더라도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로 계속 가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 또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기적이 교섭단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고 반문했다.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것을 반박하고 싶진 않지만, 자신들만 옳다는 독선(獨善)과 미덥지 못한 리더십이 오늘과 같은 사태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재삼 숙고해 볼 일이다.

바른정당의 탈당 파문과 관련 지금 정치권은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게 ‘보수 야권발 정계 개편’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내 4당 체제 붕괴가 확실해진 가운데 정계 개편 바람이 여권도 강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재편은 이미 시작됐다. ‘박근혜 제명 후유증’으로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복당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으나, 복당 시 자유한국당의 의석은 107석에서 116석으로 늘어난다. 추가 이탈 때에는 더불어민주당(121석)을 제치고 원내 1당으로 등극할 가능성도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강파(自强派)간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내년 지방선거 때 지지기반인 영호남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새판 짜기를 시도하면 ‘중도통합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보수통합에 이어 중도통합 국면까지 조성되면 민주당으로서도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치권의 상황 변화에 따라 앞으로도 허접한 정치생명을 건 ‘배신의 정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자는 일찍이 ‘정자정야(政者正也)’라고 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게 바로 정치란 뜻인데, 그 정치가 ‘배신’으로 얼룩지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만 참담하고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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