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스 오르타 제주 방문
‘평화·민주주의 상징’ 동티모르 前 대통령
“과거 실수 반복 않도록 배움의 기회 필요”

“중요한 것은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동티모르 평화와 민주주의 상징인 호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전 대통령이 20년만에 다시 찾은 제주에서 70주년을 앞두고 있는 과거 4.3의 진정한 극복 방안과 치유·화해의 말을 전했다.

9일 오후 제주4·3평화포럼 개회식에 앞서 제주4·3평화재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세 라모스 오르타 전 대통령은 “인류의 의무는 희생자를 기억하고, 그 이름과 가치를 찾아주는 것은 물론 용기까지도 기억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인구의 1/4인 20여만명이 목숨을 잃었던 비극의 땅에서 그는 인도네시아의 점령기간(1975-1996) 망명 생활을 하며 인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연설을 하는 등 동티모르인들의 아픔을 알리고자 고군분투했다.

때문에 “내 가족을 포함해 20만명이 희생됐던 경험이 있기에 한국인이 4·3을 해결해 가는 진행 과정이나 희생의 아픔을 우리도 비슷하게 이해할 것이라 본다”면서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 희생자와 생존자가 있다는 것에 놀랍고 의미가 있다”고 4·3평화공원을 둘러본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디에서든 다툼과 전쟁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진실을 정확히 알아 진상을 규명해 희생자들이 어떤 것을 희생했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또 정치적 개입 없이 학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도 계속해 희생자와 가해자 가족들이 서로 용서하고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희생을 헛되게 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국가에서 화해권고위원회를 설립해 희생자와 가해자 등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 약 1만쪽에 해당하는 증언을 작성했고, 인도네시이아와의 전쟁에 대한 진상규명을 4개국 언어로 작성해서 누구든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고 과거 아픔을 극복하는 것이 규명을 통한 화해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태어난 오르타 전 대통령은 '동티모르인의 국제목소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199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동티모르에서 제2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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