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핵심노동 정책 추진 본격화
공공부문 중심 정규직화
고용 유연화 등 역행 ‘방향성’ 논란

비정규직 문제 심각 대책 절실
방향성·전략 등 사회적 합의 필요
남용·차별 없는 고용시장 기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새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추진되면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방향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제4차 산업혁명 등 급속한 기술변화에 따라 다양한 고용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기술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유휴노동력 활용차원이나 일자리 선택에 있어서 개인의 선호와 자유를 존중한다면 고용의 유연화와 다양화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향이 맞느냐 하는 지적들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하더라도 다른 물음표들도 존재한다. 현재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고 이해당사자들의 준비가 미비한 상태여서 실제 어느 정도 실현이 될 것인가, 지속가능한 정책인가 하는 점 등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현재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 3명 중 1명꼴로서 약 644만 명으로,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비중이 높다.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5%수준이며 퇴직금·상여금이나 고용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수혜율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개인의 생산성, 근속년수 등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임금격차 중 20% 내외는 이러한 합리적인 격차 이외의 차별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비정규직 문제가 중소규모 사업장·여성·저학력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난한 노동자(working poor) 문제의 핵심이 비정규직의 차별의 문제와 대부분 겹치고 있다. 임시적 일자리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나은 일자리로 나아가는 ‘가교’가 아닌 ‘함정’으로서, 결국 빈곤의 고착화, 노동시장 양극화와 분절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22%로 OECD 평균 53.8%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새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이러한 현상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오해도 일고 있다. 먼저 ‘비정규직 제로’라는 구호로 인해 “앞으로는 비정규직을 전혀 못쓰며, 또한 현재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이며, 또한 생명 및 안전과 관련한 업무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시·간헐적 업무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 대상의 예외다.

또한 정규직의 개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정부는 고용안정성이 담보된 이른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보고 있으나 노동계는 이는 또 다른 차별적 고용형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수준, 호봉제 적용 등은 물론 비정규직을 공개경쟁 절차 없이 전환해 충원하는 것은 대기 중인 능력 있는 구직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예상된다.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도록 하는 경우 자회사가 노동조건이 열악해 민간 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는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우선 풀고 나가야 할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예산의 제약과 국회 동의 문제, 공공기관 관리자들의 이해부족과 소극적 자세, 형평성 문제 등을 둘러싼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과 노동계의 무책임 등은 문제해결을 쉽지 않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민간부문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야 하는데 갈 길이 험난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조금 더디더라도 방향과 추진 전략을 공고히 하기위한 ‘사회적 합의’를 지금이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의제에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의 양보와 배려, 직무중심 임금체계의 확산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남용과 차별을 해소함으로써 비정규직 사용 유인을 줄여 나가는 것이 순리일 수 있기에 이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비정규 근로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직업능력개발 기회를 확충하는 것도 절실하다. 비정규직이 나쁜 일자리로서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일자리가 되는 시점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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