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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구호에 머문 ‘제주4·3 전국-세계화’
데스크 승인 2017년 11월 13일 (월) 김계춘 | 주필
   
 

김계춘

주필

 

정부·도정 차원 굳은 약속 불구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나
4·3 인지도 ‘노근리’보다 뒤져

국민 절반 ‘4·3 관심없다’ 응답
구호만 무성…실속은 없어
70주년 앞둬 새 방안 모색을

 

 

‘제주4·3을 전국화-세계화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우근민 제주도지사 후보는 당시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논평을 냈다. 논평의 요지는 광주의 경우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기념사업 등의 문제 해결 과정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인권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반해 제주4·3의 해결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었다.

우 후보는 4·3특별법시행령 개정과 함께 4·3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특히 4·3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4·3의 전국화와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4년,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英靈)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4·3희생자 추념식이 66년 만에 첫 국가행사로 치러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추념식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제주4·3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미래지향의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켜 온 나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4·3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진전된 노력을 약속했다.

이날 우근민 지사도 “4·3희생자 추념식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어 봉행되기까지 참으로 멀고도 오랜 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렀다”며 “이는 정부 차원의 과거 역사 청산을 통해 제주4·3의 올바른 역사 세우기에 한발 다가섰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질적인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한 정책적인 대안 수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후 정부 차원의 진전된 노력도, 제주도정의 정책적 대안 수립 또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번지르르한 ‘말의 성찬(盛饌)’에 그치고 만 것이다.

내년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올해 2월 진상규명과 국제연대, 다양한 관련 의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민간 차원의 공동기구가 결성됐다. 4·3관련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출범한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또 제주만이 아닌 전국적인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범국민위원회’도 결성키로 했다.

이들은 70주년 사업을 도민과 국민의 참여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제주4·3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통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새로운 단계 구축 △제주4·3의 ‘정명(正名) 찾기’와 세대 전승, 전국화 및 세계화를 주요 목표로 정했다. 70주년 기념사업위 결성을 두고 일부에선 ‘제주4·3의 전국화-세계화’에 방점(傍點)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리고 지난주 ‘전 국민 4·3 인식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조사는 제주4·3평화재단이 제7회 4·3평화포럼을 앞둬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것이다. 조사는 전국민과 제주도민으로 나눠 실시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4·3의 전국화 세계화’가 아직도 매우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대한 전국민(제주 제외) 인지도 조사에서 제주4·3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이어 세 번째로 나타났다. 또 제주4·3에 대한 관심을 묻는 질문엔 응답자 중 절반(50.2%)이 ‘관심 없다’고 답했다. ‘관심 있다’는 16.2%에 그쳤다.

4·3 인지자를 대상으로 발생 시기(1948년)를 물은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1950년 발발) 이후라고 잘못 알고 있는 국민이 태반(49%)이었고, 22.7%는 모르겠다고 응답하는 등 국민 대다수(71.7%)가 4·3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 또한 국민 절반(50.5%)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동안 ‘제주4·3의 전국화 세계화’를 줄기차게 부르짖어 왔지만 정작 실속은 없었다는 뜻이다.

이번 4·3평화포럼의 주제 역시 ‘제주4·3 모델의 전국화 세계화 보편화’였다. 포럼엔 인권·평화의 상징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호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는 “어디에서든 다툼과 전쟁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희생자들이 어떤 것을 희생했는지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개입 없이 학문적·체계적인 연구를 계속해 4·3의 진상과 진실을 규명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4·3의 전국화 세계화’는 이제 더 이상 구호로 그쳐선 안 된다. 4·3의 진정한 극복 방안과 치유 및 화해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내년 70주년을 앞두고 보다 정교하고 통일된 계획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제주매일 김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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