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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하는 엄마가 ‘죄인’인 대한민국
데스크 승인 2017년 11월 14일 (화) 부서연 제주YWCA 사무총장 |  
   
 

부서연

제주YWCA 사무총장

 

엄마 늦어 어린이집서 꼴찌로 하원
저출산 문제 사회전체가 힘 모을 때

“엄마! 괜찮아” 오후 6시 30분, 같이 배우고 뛰어놀던 친구들이 모두 하원하고 어린이집에 혼자 남겨져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아이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오늘도 마지막까지 남게 해서 미안해하는 엄마를 보며 도리어 괜찮다고 위로한다.

일하는 엄마 때문에 생후 8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던 아이는 아침 일찍 등원하고 가장 늦게 하원 한다. 한 명 두 명 부모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배웅하며 오늘도 가장 늦게 도착할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아이의 모습이 눈에 밟혀 오후 5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엄마는 늘 마음이 바쁘고 초조하다.

그리고 오후 6시 퇴근시간이 되면 도망치듯 사무실을 뛰쳐나간다. 1분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아니 1분의 여유도 ‘사치’다. 어쩌다 운이 좋아 원에 마지막에 남는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날은 ‘오늘은 마지막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보다 “오늘도 늦어서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회식과 야근이 일상인 맞벌이 부부의 현실에서 둘째는 어느 순간 금기어가 돼버렸다. “혼자는 외롭다”며 형제를 만들어 줘야한다는 지인들의 우려 섞인 조언과 TV 속에서 비쳐지는 다둥이의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외둥이의 모습에 마음 한 켠이 허해짐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2016년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2015년 1.24명보다 0.07명(5.6%) 감소했다. 초저출산 국가 대한민국의 오늘의 모습이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2.1명이면 ‘저출산’, 1.3명 이하인 경우는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16년째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OECD 35개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것은 물론이고 세계 224개국 중 220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영국의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는 ‘앞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도 했다.

인구절벽에 이어 출산절벽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지만,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리가 없어 입소대기시스템에서 대기번호가 줄어들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학입학보다 어렵다는 유치원입학 추첨, 아이를 한 명 낳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4억원을 육박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당장의 현실 벽에 부딪히는 워킹 맘은 이를 걱정할 여유조차 없다. 오히려 둘째도 낳기 어려운 환경에서 셋째를 낳으라고 이야기하는 공허한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이다.

맞벌이를 해서 가계소득을 높이는 게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 쉽지 않다. 2016년 OECD가 발표한 한국의 고용률(66.1%)을 보다라도 남성은 75.8%로 여성56.2%를 차이가 크다. 남성은 OECD 평균 74.8%보다 높지만 여성은 OECD 평균 59.4%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여성의 낮은 고용률은 결혼과 출산이 이뤄지는 30~39세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고 본다. 저출산 극복을 국가적 어젠다로 정해 장기적으로 추진했던 프랑스와 스웨덴의 사례처럼 이제 우리도 저출산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리고 일과 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슈퍼우먼’을 기대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문제 등 양육과 가사가 여성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일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죄인’이 되어선 안될 일이다. 저출산 대책 등 관련 정책에 국가와 사회적 관심이 절실해 보인다.

[제주매일 부서연 제주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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