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독교 순례길의 마지막 코스인 ‘은혜의 첫 길’이 개장됐다. 이 길은 한국교회 최초로 배출된 7명의 목사 중 1인이며 최초의 선교사인 이기풍 목사(1865~1942)의 숨결이 스며 있는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08년 제주도 산지포에 도착한 이후 펼쳤던 ‘선교의 길’이기도 하다.

제주시 원도심권 중심지에 위치한 제주성내교회에서 출발해 제주YMCA~관덕정~산지포구~제주 최초 유치원인 중앙유치원~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까지 이르는 8㎞ 구간이다. 지난 14일 제주성내교회에서 개최된 개장식 후 참석자들은 이 길을 걸으며 ‘선교의 역사’를 함께 느꼈다.

‘은혜의 첫 길’을 걸으면 1908년 이기풍 목사가 몇 명의 교인과 함께 했던 향교골 기도모임 터를 비롯해 1920년 삼도리에 마련했던 예배당 터 등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이 길을 통해서 제주독립운동의 역사도 알 수 있다. 조봉호 순국지사는 대표적인 인물로 1919년 독립군자금 모금을 주도했다가 대구교도소에 수감되어 1920년 옥사했다. 도민들에 의해 세워진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가 지금 사라봉 자락에 있다.

이기풍 목사는 선교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힘썼다. 제주성내교회에 신식교육의 장인 제주사립 영흥학교를 설치했다. 학교는 이후 영흥의숙으로 확장됐으며 모슬포지역 광선의숙과 한림읍 협재리의 영재 야학부, 제주 최초의 유치원(현 중앙유치원) 등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제주 기독교 다섯 번째 순례길(마지막 코스)인 ‘은혜의 첫 길’에는 초기 제주 기독교 선교활동의 역사적 흔적은 물론 산지천과 동문시장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초기 기독교인들의 열정과 전쟁의 아픔을 이기고 제주땅에 정착한 피난 신앙인들의 삶, 제주의 고난과 희망의 문화가 함께 서려 있는 길이다.

이날 개장식에 참석한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 기독교 마지막 순례길의 완성을 축하한다”며 “도민들부터 먼저 순례길을 걷고 알리자”고 말했다. ‘은혜의 첫 길’은 기독교인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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