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경우 많아
어른들 직접 배식하는 ‘불효’ 상황

경로당은 지역 노인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친목도모·취미활동·각종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시설이다. 제주에 431개소를 포함하여 전국에 약 6만5000여개소가 설치돼 있다. 어르신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보편적인 노인여가복지시설로서 경로당에 비교할 만한 것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의료인이 경로당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노인들에게 건강상담을 비롯한 보건교육을 실시하거나, 경로당 도우미로 하여금 공동급식이나 청소를 돕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하여 어르신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은 노인복지의 증진 차원뿐만 아니라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세대가 이만큼 번영을 누리면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땀 흘려 일해오신 어르신들을 잘 모실 수 있는 기회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요구되는 작지만 따뜻한 배려라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경로당 주치의 사업 및 경로당 도우미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경로당 주치의 및 도우미 사업에 소요되는 경비 지원 근거를 마련, 경로당 활성화 및 노인복지에 기여하기 위해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를 기다리고 있는데 야당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만큼 적극적인 논의 전개가 기대된다.

법안의 주요내용은 첫째, 경로당 주치의 사업의 실시 조항을 신설, 의료인이 경로당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건강상담과 보건교육 등을 수행하는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범위에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경로당 도우미 사업의 실시 조항을 신설, 국가 또는 지자체가 경로당 이용 노인의 편의를 위해 경로당 공동급식이나 청소 등을 돕는 사람을 배치하거나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로당을 직접 방문해 보면 다수의 경로당에서 아직도 80세가 넘는 어르신들이 직접 급식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엄습해오는 지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잘못된 건강상식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거나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해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을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인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이다. 그리고 노인복지 지출은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이런 모습을 보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부터 들기 마련이다.

경로당에서 건강상담이나 보건교육을 받거나 도우미들의 손길로 차려진 밥상을 받으며 밝은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다. 이 사업이 시급하게 전국적으로 실시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세심한 배려가 전국의 경로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로당이 ‘지역의 사랑방’으로 더욱 활성화되는 것도 기대해볼 만한 효과다. 어르신들을 함께 섬기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노력은 벌어진 세대간 갈등을 극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개정안을 두고 경로당 주치의 사업의 실시 조항과 관련하여 의료계에서 일부 반대 의견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충분한 검토도 요구된다. 하지만 건강상담을 비롯한 보건교육이 이미 몇몇 기초자치단체에서 큰 호응 속에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향적으로 논의가 모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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