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이석문 교육감이 밝힌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놓고 정책 우선순위 공방이 벌어졌다. 교육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가 2년 뒤 추진하기로 한 무상교육을 굳이 제주가 먼저 도입하면서 예산을 서둘러 지불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몰아세웠다.

강시백 의원은 포항 지진을 거론하며 “제주에도 3년 전 지진이 있었는데 학교 내진 보강을 놔두고 무상교육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질타했다. 김광수 의원도 “석면이나 내진 보강을 비롯해 특수교육 시스템 확장 등 투자할 곳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상교육에만 200여억원을 쓰려는 까닭을 모르겠다”며 “‘무상교육’이라는 말은 정부가 쓸 수 있는 말이지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며 용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의원들은 한번 시행하면 후퇴를 못하는 게 복지 예산인데, 재정의존도가 96%에 달하는 제주도교육청이 앞으로 어떻게 감당해나갈 것인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이라는 오해를 받기에 딱 알맞다는 등의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도교육청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고교 무상교육은 2016년부터 준비해왔고 이번에 확대한 정도라고 반박했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석면이나 내진공사는 예산이 있다고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며 고충도 털어놨다.

‘고교 무상교육’ 문제는 내년 교육감 선거와도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