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상 ‘메이드인 제주’는 한계
양에서 질로 ‘패러다임 시프트’ 필요

금년 10월까지 제주도 수출은 1억22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지난해 실적 1억2800만달러를 훨씬 뛰어넘을 전망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자전기제품 등 공산품이 7500만달러로 전체의 60%가 넘는다. 반면 제주특산품 등 농림수산물은 4700만달러로 40%를 밑돌고 있다. 증가율 또한 공산품이 54% 증가했으나 농림수산물은 10% 감소했다. 지난해와 정반대의 상황이다.

품목별로 보면 10월까지 100만달러 이상 수출된 품목은 13개다. 이 중 모노리식집적회로 한 품목이 전체 실적의 50%에 가까운 5600만달러다. 전통 수출주도 품목이었던 넙치류는 2000만달러로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나머지 품목에도 공산품이 6개나 포함돼 있다.

메모리반도체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모노리식집적회로는 수출 3위 품목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제주도 수출증가를 마냥 반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이전기업 제품이고 생산을 도내에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제품을 반드시 도내에서 생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제품개발은 본사가 하고 생산을 다른 제조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제주 화장품 기업들도 대부분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도 특산품이 증가하지 못하고 감소하는 대목에 있다.

무역협회 제주지부는 지난해 말 농수산물의 한정된 수출여건을 감안, 올 한해 농수산품 수출 지속과 새로운 수출 먹거리 발굴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하나는 넙치류를 비롯한 소라·감귤농축액·백합·화장품·선박엔진·양배추·초콜릿·파프리카 분야의 수출기업으로 구성된 제주수출기업협의회 중심으로 한 1차산품 수출지속이다. 다른 하나는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주도의 관광·자연·문화와 디지털콘텐츠를 접목한 관광디지털콘텐츠의 해외마케팅이다.

한미 FTA 재협상을 계기로 농산물 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주수출기업협의회에 소속된 소라·전복·백합·파프리카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증가했다.

FTA에 상관없이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FTA는 해외수준의 고품질 생산을 추진하고 수입제품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이다. 비백신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을 명분으로 15년간 보호받아왔던 제주산 돼지고기는 지금 소고기보다 수출실적이 작다는 사실은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지역특화육성산업의 하나인 제주도 관광디지털콘텐츠의 해외부문을 맡아 해외마케팅을 지원해왔다. 내수에 국한된 기업들의 해외전시회 참가, 해외바이어초청 수출상담회 참가 등을 통해 해외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바이어들이 원하는 스펙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내년에는 이 분야에서 제주도 수출의 일정부문을 담당해주길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상당히 개방돼 있고 제주도 또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수산물의 자원적 한계를 감안, 고품질화를 추구하여 해외제품과 경쟁해야 한다. 수출은 과잉 생산된 농산물을 해외에서 소비하게 함으로써 국내가격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현재 제주도 상품은 특성상 양이 한정돼 있다. 1차산품의 단점이다. ‘메이드인 제주’가 아니라 ‘제주가 만든 가치’를 수출해야 할 시기다. 수출에서도 ‘양에서 질’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본다.

올 1월 제주 수출은 마이너스 6%로 출발했다. 이후 9개월 연속 증가추세다. 1년 내내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6년 연속 수출 1억달러 이상은 달성됐다. 오늘 12월 5일은 제54회 무역의 날이다. 오늘 공산품 및 농수산물 등 도내 5개사가 수출의 탑을 수상한다. 내년 무역의 날에는 제주도 수출의 모든 분야에서 수상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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