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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육정(六正)과 육사(六邪)
데스크 승인 2017년 12월 04일 (월) 김계춘 주필 |  
   
 

김계춘

주필

 

바른 벼슬아치를 뜻하는 ‘육정’
나쁜 신하의 대명사격인 ‘육사’
국가 흥망성쇄가 여기에 달려

‘朴의 몰락’도 육정 멀리한 탓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우리 모두는 육정인가, 육사인가

 

 

유향(劉向)은 중국 전한 시대의 대학자다. 그는 ‘설원(說苑)’이란 책에서 바른 벼슬아치를 여섯 유형으로 나누어 육정(六正), 그른 벼슬아치를 육사(六邪)로 분류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엿다. “육정을 행하면 영화를 얻고 육사를 범하면 욕됨을 얻는다….”

‘육정’의 으뜸은 성신(聖臣)이다. 성신은 나라에 어떤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알아채고 예방책을 강구하여 군주로 하여금 영광된 지위에 있도록 하는 신하다. 중국 주나라 초기에 무왕을 도와 국가의 기반을 다진 주공(周公)과 같은 인물을 말한다.

그 다음은 양신(良臣)이다. 양신은 전심전력으로 국사를 처리하고 장기적인 대책 진언과 함께 예의로써 군주를 염려한다. 또 군주의 좋은 생각은 따르되 허물이 있을 때는 바로잡아 군주를 착한 길로 이끄는 신하다.

세 번째인 충신(忠臣)은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면서 현명하고 재능 있는 인사를 추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고대 현인의 행실을 칭찬하며 그것으로 군주의 의지를 격려하는 신하다.

당나라 태종인 이세민을 도와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룬 위징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충신이 아니라 양신이고 싶다. 양신은 군주에게 많은 건의를 하고 군주가 받아들이게 한다. 스스로 명성을 누릴 뿐만 아니라 군주에게도 명망을 주어 자손만대에 이어지게 한다. 충신도 많은 간언을 하지만 결국 군주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군주는 혼군(昏君)이란 악명만 남기고 나라는 망한다. 당사자는 충신이라는 공허한 이름만 얻을 뿐이다.”

육정의 네 번째는 지신(智臣)이다. 지신은 일의 성패를 분명하게 볼 줄 알고 일찍 대비하고 법을 세워 보충한다. 새는 부분을 막고 재앙의 뿌리를 끊어 군주로 하여금 시종 근심이 없게 하는 신하다. 또 다섯 번째인 정신(貞臣)은 법도를 준수하고 뇌물을 받지 않으며 국가 예산을 아껴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신하, 그 다음의 직신(直臣)은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아첨하지 않고 면전에서 군주의 잘못을 간언하는 벼슬아치다.

그러나 ‘육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신하의 대명사격인 ‘육사’도 있다. 육사의 첫째는 벼슬은 좋아하나 사익에만 힘쓰면서 세태의 흐름에 따라 부침하는 구신(具臣)이다. 아무런 구실도 못하고 단지 숫자만 채우는 사람을 일컫는다.

유신(諛臣)은 아첨하는 신하다. 군주가 어떤 말을 하든 모두 좋다고 하고, 어떤 일을 하든 모두 옳다고 한다.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바쳐서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함께 즐기면서 이후의 폐해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는다.

겉으로는 근신하고 교묘한 말과 온화한 낯빛으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지만 속으로는 어진 사람을 질투하는 신하가 바로 간신(姦臣)이다. 이런 부류는 자기 사람을 추천할 때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 나열하는 반면 누군가를 비방할 때는 그 사람의 허물을 과장되게 비방해 군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의 달인이다.

참신(讒臣)도 있다. 참신은 교묘하게 잘못을 가리고 궤변으로 유세를 하며 집안에서는 골육지친의 관계를 이간시키고 집 밖에서는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 남의 잘못을 꾸며낼 수 있을 만큼 머리가 좋은 것이 특징 가운데 하나다.

권력과 세도를 장악해 국사의 경중도 사문(私門)의 이익을 기준으로 삼고 당파를 만들어 군주의 명령도 무시한 채 개인적 이익만 챙기는 신하는 적신(賊臣), 간사한 말과 아첨으로 군주의 혜안을 가려 나라를 망치는 벼슬아치를 망국지신(亡國之臣)이라고 했다.

유향이 ‘육정’과 ‘육사’를 분류한 것은 무려 1세기 때의 일이다. 그러나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모든 벼슬아치는 육정 아니면 육사에 해당된다. 때문에 이 같은 분류법은 아직 유효해 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나라의 흥망성쇄는 육정과 육사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크고 작은 어떤 조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沒落)도 육정을 멀리한 채 육사에만 의지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렇다고 ‘나쁜 신하’만을 탓할 수도 없다. 육정과 육사를 가려내는 혜안은 지도자(우두머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 역시 현재의 구성원들이 육정 혹은 육사인지에 달렸다. 그래서 자못 궁금해진다. 청와대 등 여권에 다소 미운 털이 박힌 송영무 국방장관은 어느 부류에 속할까.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과연 ‘육정’인가, 아니면 ‘육사’인가.

[제주매일 김계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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