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처음이었던 ‘제주비엔날레’가 지난 3일 공식 폐막됐다. 지난 9월2일 시작했으니 장장 3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의 행사였다. 예산은 16억원이나 투입됐다.

그러나 성적표는 우려와 예상대로였다. 적지 않은 예산으로 야심차게 착수했으나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졸속으로 추진하다보니 결실에 물음표가 많이 던져지고 있다. 물론 행사 개최 자체에도 일정한 점수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폐막식에 앞서 제주도립미술관에서 3일 오후 열린 ‘제주비엔날레 2017 투어리즘 토론회’에선 ‘쓴소리’가 많이 쏟아졌다.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는 “1년도 안되는 준비 기간에 무리하게 추진할 만큼 비엔날레가 제주에 절실한 문제였는가”라고 졸속의 문제를 지적했다.

좋은 게 좋다고 결과라도 좋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비판이다. 안 대표는 진행상의 ‘오류’도 지적하면서 “시간이 걸렸더라도”라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강요배 작가도 “민간의 미술 수용태세가 그리 두껍지 않은 제주에서 국제 비엔날레가 적절했는가”라는 의문을 표한 뒤 비엔날레에서의 운영 능력의 부족을 비판했다. 그러나 “차후에는 제주 비엔날레의 규모·개성·예산 등을 분석해야 한다”며 행사의 지속을 주문했다.

이에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부족함보다 개최 자체에 의의를 둬야 한다”며 “너무 완벽한 비엔날레만을 요구한 것은 아닌 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이번 비엔날레에 소요된 예산은 국제관악제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비판이든 칭찬이든 비엔날레를 두고 담론이 많았다는 점은 오히려 성과”라고 평가했다.

제주비엔날레가 우려와 걱정대로 막을 내리면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토론회에서 터져 나온 졸속 추진에 따른 문제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제주비엔날레 계획 단계부터 제기됐던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행사 개최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말이다. 제주도내에서 프로라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세금 16억원을 투입해서 한 행사라면 성과를 자랑스레 내놓을 수 있어야 했다.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두겠다는 것은 ‘행사를 위한 행사’라고 자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어쨌든 끝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말 제주에 필요한지, 그렇다면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도민과 제주사회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서 어찌해야하는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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