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무상교육 2년 먼저 시행 ‘우려’
급한 교육 시설·환경 개선 예산 감소

쌀쌀한 늦가을 아침에 교육의원으로서 ‘도민과 제주교육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채 꽃피어 보지도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난 민호군의 명복을 마음 깊은 곳에서 빈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고교 무상교육 정책을 깊이 고민해 본다.

대통령마저도 초·중등교육법을 고치면서 교부금의 비율을 높여 재원을 확보한 후 시작하겠다는 교육정책들을 제주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라는 평가나 얻어 보려는 듯한 행태를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진정으로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정책들을 구상하며 현실적으로 실현할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아쉽다.

그래서 마음 한편이 쓰리다. 아이들은 아직도 석면에 노출돼 있다. 예산이 없어서 석면 내장재를 교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란다. 각종 공사를 추진하는 회사의 인력, 그리고 교육청 담당부서의 업무 과다로 늦춰진다고 한다. 작심하면 1년 정도는 앞당길 수 있음에도 “시설비 이월금이 많아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늘어놓는다.

포항 지진을 계기로 제주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은 도민도 알고 도교육청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내진 설계가 안된 대부분 교육시설(학교)에 추진 중인 보강 공사 역시 시급성을 알고는 있지만 담당부서 업무 과다로 2023년까지 가야 완결될 전망이다. 원인도 알고 대책도 아는데, 업무타령만 하면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절벽을 보고 대화하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생존수영을 강조하면서 수영장은 짓지 않는다. 교육청은 거점 수영장을 운영한단다. 생존은 현실이다. 거점 수영장 운영으로 끝낼 것이 아니다. 모든 학교에 수영장을 마련해야 한다. 1학교 1수영장을 목표로 시설 확보를 꾸준히 해야 한다.

체험학습을 가는 초·중학교 학생들이 대부분 관광버스를 이용한다. 연차적으로 스쿨버스를 확보하면 좋을 텐데, 방안을 물으니 교육청은 묵묵부답이다. 그러면서 운전원 고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지방에 있는 학교에 스쿨버스를 한두 대씩 배치한다면 권역별로 스쿨버스를 이용하여 체험학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OECD회원국가 운운하면서 학교가 운영하는 버스가 없는 나라는 아마 우리뿐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교육으로 코딩을 말하면서도 고등학교 교실에 무선공유기(Wi-Fi)가 없다. 시내버스에도 있는 무선공유기 설치가 그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 연차적으로 해결한다고만 하니 더 답답할 뿐이다.

특수교육 예산 역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필요하면 학교를 새로 건립해서라도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야 함에도 역시 기본적인 예산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콩나물 교실을 해소나 책걸상 교체, 돌봄 교실 확대, 스마트 교육환경 개선 등 여러 부문에 대한 예산 투입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안전이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정부가 약속한 고교 무상교육을 ‘2년 먼저 자체 예산으로 시행해야 하겠다’고 한다. 2년만이라도 늦춰야 한다. 정부가 무상교육 로드맵에 따라 2019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한 ‘전면 국비 무상교육 실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2년 먼저 고교학비 감면을 시행한 만큼 다른 사업을 못한다. 복지라든지 다른 부문의 투자할 예산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필요한 시설, 교육환경 개선, 학교급식 등에 투여할 예산에 막대한 영향을 주면서까지 굳이 2년 먼저 시행하려는 것은 순수한 교육적 의도가 아닌 듯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예산 투입의 순위를 정한다면 결코 고교학비 감면은 아니다. 더군다나 협조기관인 제주도와 대의기관인 도의회와도 충분한 논의와 소통이 우선돼야 했는데, 아쉽기만 하다.

많이 달라져야 할 제주교육현장을 생각하며 바라보는 늦가을은 치열한 삶을 살다 선연한 빛을 남기고 사라져간 고흐의 빛깔을 닮았다. 그렇게 제주교육을 위해 살아보려는 의지를 다잡는 필자 자신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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