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매서운 날씨 불구 애월읍 바다지킴이 출동
해양쓰레기 나날이 심각…처리·운반 지원 절실

흰 이빨을 드러낸 채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한 파도가 일고 찬바람에 옷깃을 더욱 단단히 여미게 하는 매서운 날씨였다.

으르렁대며 연신 달려드는 파도를 향해 말을 걸듯 다독이며 특별한 장비 하나 없이 포대 하나만을 들고 바다로 성큼 성큼 들어가는 이들이 있었다. 바다의 환경미화원 ‘바다지킴이’들이다.

지난 8일 오전 내내 제주시 애월읍 곽지해수욕장 일대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섰던 바다지킴이들은 험해지는 날씨에 고내포구로 자리를 옮겼다.

바다지킴이는 올해 전국 최초로 제주도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초부터 이달 말까지 각 마을(읍면동별) 어촌계별로 각 1명씩 고용 돼 총 122명이 배정된 상태다.

애월읍 관내에는 60~70대 어르신들로 구성된 7명의 지킴이가 관내 해안변인 곽지부터 동귀해안까지를 관리하고 있다.

해안변 청결 작업에 나선 이날은 날씨가 유독 험했다. 저 멀리서는 집채만한 갯바위를 덮치는 거대한 파도가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며 해안변으로 달려들고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애월읍 바다지킴이 반장을 맞고 있는 김대식씨(70)는 “바다 일을 한 지 벌써 20년”이라면서 “파도 모양이나 물때만 봐도 우리가 들어가도 되는 바다인지 아닌지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겁먹은 기자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바다지킴이들과 함께 현장 둘러보니 해양쓰레기들의 연안 침범은 심각했다. 제주하면 ‘청정 제주 바다’를 떠올리지만, 정작 바다에는 중국이나 육지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들로 넘쳐났다.

특히 태풍이나 폭풍이 불어닥친 날에 바다가 한번 뒤집히면 해변에는 스티로폼, 건축 폐자재, 그물 등이 가득 올라와 바다가 총체적으로 오염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고 지킴이들은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바다지킴이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스티로폼이었다. 바다 양식장에서 사용되다 떠밀려온 스티로폼 부표들이 잘게 부서지면서 물고기들이 스티로폼 알갱이들을 플랑크톤으로 착각해 먹게 되는데 큰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런 미세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을 먹은 어류들이 먹이사슬을 따라 점차 상위 포식자로 이동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해산물에서도 발견 되고 있다.

문제는 해상에 떠다니는 스트로폼 부스러기(알갱이)나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 등 ‘죽음의 알갱이’들이 너무도 많아 바다지킴이들이 수거하는데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킴이들은 처리 부분도 우려했다. 해양쓰레기들을 재활용 하려고 하지만, 염분을 먹은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염분을 모두 제거 해야 하는 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모두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내포구에서 30분의 짧은 시간 동안 해안변으로 떠밀려온 플라스틱, 스트로폼, 나무 폐자재 등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한 양은 한 트럭이었다.

애월읍 관내 바다에서만 나오는 해양쓰레기는 오전에만 트럭 3대를 가득차지만 아직까지 번번한 운반 차량 하나 없는 실정이다.

애월읍 관계자는 해안변에서 나오는 쓰레기량이 만만찮은 데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처리비용이나 차량 등의 지원은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원이 필요성을 밝혔다.

바다지킴이 양문찬씨(45)는 “오늘은 날씨 때문에 작업을 오래 못해 이정도지 평상시에는 트럭을 가득 실어 밧줄로 동여매어야 할 정도”라며 “해양쓰레기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손으로 그 많은 양을 표현해 짐작케했다.

바다지킴이들은 소망이 있다고 전했다. 평생을 함께 해온 바다를 깨끗하게 하는 일도 뿌듯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해양 쓰레기가 줄어 바다를 지키는 다른 일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