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배려가 우선이다’
-교통선진국 홍콩을 가다
<1>계단 없고 수납공간 있는 2층버스

▲ 홍콩의 여행객과 시민들이 도심을 오가는 2층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캐리어 등 많은 짐을 갖고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사진=박민호기자>

“버스에 계단이 있다니 정말 놀랐어요.” 지난 8월 26일 30년만에 개편한 제주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 제주로 여행 온 홍콩 여행객의 답변이다. 관광객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개편 첫 단계의 헛점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 여행객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선진지의 버스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비교해 제주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을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홍콩의 전체적인 교통 시스템은 한마디로 ‘배려’였다. 거리를 오가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통행에는 불편함이 없었고, 거대 도시라는 편견과는 달리 거리에는 울창한 숲과 시원히 걸어다닐 수 있는 넓은 인도가 조성돼 있었다.

지난달 16일 늦은 밤 홍콩 공항에 도착한 취재팀은 애초 계획대로 홍콩의 버스 시스템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했다. 첫 관문은 ‘버스카드’였다. 옥토퍼스 카드로 불리는 이 카드는 제주에서처럼 모든 대중교통의 환승과 할인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기능을 갖는다.

제주의 버스카드와 다른 점은 여행자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 일부 보증금 수수료를 제외하고 '전액환불'도 가능해 여행객들에게는 필수품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홍콩의 보통 여행객들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했다. 우리는 버스 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던 만큼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마주한 홍콩 공항의 2층 버스. 해외 여행객들이 많은 홍콩에서 2층 공항 버스는 빛을 보였다. 계단이 없어 캐리어를 끈 사람들도 무리없이 버스에 올랐고, 캐리어 보관함도 별도 마련돼 있어 버스 안에서 짐을 잡고 있느라 애쓸 필요 없이 숙소나 여행지까지 이동 하며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했다.

▲ 홍콩의 2층 공항 버스에는 여행객들이 캐리어나 짐을 둘 수 있는 보관함이 따로 마련돼 있다. 보관함 위에는 분실 위험에 대비해 CCTV가 설치돼 있다. <사진=박민호기자>

취재 중 만난 홍콩 현지인은 “대중교통의 편리성을 위해 제주의 모든 버스를 2층이나 저상으로 바꾸는 것은 예산에서 무리가 있을 것이다”면서 “하지만 노선을 바꾸거나 버스를 많이 탈 수 있도록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지게 하는 다른 부분에서도 고민을 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도·농 복합도시인 제주와 여러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거대 도시 홍콩을 막연히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행정과 시민들의 접근 방식을 통해 많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대적인 개편을 하며 나무를 뽑아내고 도로를 넓히기 위해 인도를 줄이고, 버스를 증차하는 표면적인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방안을 꾀하는 제주도와 달리 홍콩은 어느 누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거리에 사람이 몰릴 수 있도록 거리의 시스템을 함께 개편하는 모습을 보였다.

▲ 홍콩의 도시 곳곳에는 울창한 도시숲이 조성돼 있다.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기 위해 인도 폭을 넓히고 거닐기 좋은 환경으로 도시환경을 정비했다. <사진=박민호기자>

장애인을 위해 24시간 소리 경보를 울리는 신호등과 알림판,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어느 누구도 운전기사에게 말을 걸지 못하도록 하는 시민 에티켓, 도로에 늘 사람이 거닐 수 있도록 숲을 조성한 도시행정.

제주처럼 도로 면적이 좁고 이면도로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는 홍콩에서 30년 넘게 풀지 못한 제주 대중교통체계 고민의 해답을 찾아본다. <이 취재는 제주도기자협회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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