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올해 시설비 예산 가운데 1170억원의 집행을 내년으로 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의 연도별 시설비 명시이월액은 2015년 550억원에서 2016년 980억원에 이르더니, 2017년 마침내 1000억원을 돌파한 1170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올해 집행할 예산을 무려 1000억원 넘게 내년으로 넘기는 것은 어떤 이유와 원인을 막론하고 뭔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올 11월까지의 시설비 집행실적을 보면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집행률 50% 미만에 그친 미진 사업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우선 급식시설 현대화와 다목적강당 증개축사업의 경우 각각 34.2%, 32.9%에 그쳤다. 또 냉난방시설 개선이 33.2%, 제주시교육지원청 내진보강(17.4%)과 석면함유시설 개선사업(25.1%) 등은 30% 선에도 못 미쳤다. 특히 수영장 증개축(3.2%)과 교육시설 안전관리(3.4%), 건물도색(5.5%) 등은 예산 집행률이 고작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어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도교육청도 할 말은 있다. 지방회계법 개정으로 2015년부터 교육청 출납폐쇄기간이 차년도 2월말에서 해당년도 12월말로 앞당겨졌다는 것. 이와 함께 학교 공사의 경우 방학기간에만 진행할 수 있는 특수성 등으로 인해 예산을 제때에 소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일각에선 도교육청이 본예산은 교육사업 위주로, 시설예산비는 추경에 집중 배치하는 관행 탓에 예산 확보가 늦어지고 공사마저 순연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도교육청의 해명도 일리는 있으나 법이 바뀌면 그간의 관행을 고치고, 사업 또한 본예산과 추경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설비 늑장 집행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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