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은 모두 앞차의 왼쪽 차로로
앞지르기 차로는 ‘주행 금지’
목적 달성 후 지정차로로 복귀해야

고속도로 없는 제주에선 ‘의무’아니
원활 소통 목적 ‘1·2차로 역할’ 구분
노력하면 빠르고 안전한 제주 가능

 

운전하면서 미리미리 차선 변경을 하는 초보운전자. 그날도 좌회전을 하려고 1차선으로 일찌감치 변경하여 쭉 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빵빵거리면서 옆으로 붙더니 “1차선은 추월차선인 줄 모르냐”며 욕을 하더란다.

‘초보운전’ 스티커 덕분에 양보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위협적인 운전자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한다. 고발될 수도 있는 난폭 운전자에 대한 성토에는 동참하면서도 초보의 ‘실수’도 알려줬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1차선은 추월차선인 줄 알았지만 시내 일반도로에서도 그렇다는 것은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지역의 경우 ‘의무’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경찰의 안내대로 주행은 2차로로 하고 1차로는 추월차로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제21조 1항엔 ‘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른 차를 앞지르려면 앞차의 좌측으로 통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일반도로든 고속도로든 지정 주행차로의 좌측차로만 앞지르기가 허용된다. 모든 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려할 때는 2차로 주행차는 1차로로, 3차로 주행차는 2차로로, 4차로 주행차는 3차로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조항을 오해, 1차로는 무조건 ‘앞지르기 차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앞지르기 차로’란 주행이 금지된 차로다. 부득이 통행할 경우 앞지르기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앞지르기가 끝나면 즉시 지정차로로 되돌아가고 비워야 한다.

그러나 고속도로가 없는 제주에서 앞지르기 차로의 법적 구분이 존재하지 않아 1차로도 주행차로이므로 2차로를 달리다 앞차를 앞지르기 위해서 1차로로 들어선 뒤 계속 주행이 가능하며 다시 되돌아갈 의무는 없다. 의무는 아니지만 ‘일반도로든 고속도로든 지정 주행차로의 좌측차로만 앞지르기를 허용하고 있다’는 조항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좌측차로=추월차로’라는 일정한 패턴을 인식하고 습관화하여 지켜진다면 보다 빠르고 수월하며 안전한 사례가 있다. 무제한속도로 운행되는 독일의 아우토반은 많은 차가 이용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그 위험도는 어떤 곳보다 크다. 게다가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에서의 사고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제로 독일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곳은 아우토반이 아니라 제한속도가 있는 외곽도로·국도·도심 순이고, 가장 적은 곳이 아우토반이다. 사고빈도가 가장 낮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좌측 1차로를 비운다 점이다.

추월차로의 분명한 역할 때문이며, 추월하지 않는 차량은 우측차로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추월할 때만 좌측차로를 이용하고, 추월 후 우측차로가 비었다면 다시 변경하여 원하는 속도로 주행을 한다.

흐름은 1차로가 가장 빠르고, 2차로, 3차로, 4차로 순서로 느려진다. 당연히 우측차로를 이용한 추월은 불법이 되며, 이런 큰 원칙을 통해 전체적 흐름을 유지하게 된다. 바쁜 차량은 그렇지 않은 차량을 추월할 수 있고 주행차량은 안전하게 원하는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매우 간단하지 않은가!

비행기 출발시간을 맞춰야 할 관광객의 경우, 앞차들이 같은 속도로 주행차선과 추월차선을 나란히 달리는 상황에 직면하면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닐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도로사정에 밝지 않아 애만 태우다 제주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남을 수 있다.

구급차와 같은 긴급자동차에게 무조건 길을 내주는 것과 달리 추월하려는 뒷차에게 차선을 내주는 ‘좌측추월’이 의무가 아니라고 하여 무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법제정의 기본이념과 정신은 처벌을 목적하는 것이 아니므로 함께 어울려 살면서 배려하고 지켜주는 삶을 보장하는 기준일 때 더 큰 가치가 된다.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추월과 주행차로를 구분, 준수만 해도 교통소통은 물론 사고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왕복 4차로의 평화로 등 일부 도로 위에는 ‘1차로는 추월차로, 2차로 주행차로’라는 문구가 보이지만 도로안내판에는 그러한 것들이 아직이다.

제한속도 표시처럼 안내판을 많이 설치하고 적극 계도하면 초보도 욕 안 먹고 아우토반만큼 사고도 줄 일 수 있다. 조그만 노력으로도 빠르고 안전한 제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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