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배려가 우선이다’-교통선진국 홍콩을 가다
<4>승객 위주 시스템 편리함 제고

노선변화로 탄력적 운행
빈차·만원버스‘최소화’
캐리어 등 짐 수용성 좋고
휠처어 승객도 이용 편리
 
 

제주도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하며 내세운 것은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였다. 그러면서 기존의 버스 노선을 개편하고, 마을버스 개념의 ‘행복택시’ 등도 도입해 마을 구석까지 대중교통 범위를 넓혀 버스 이용률을 높이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구간에만 노선이 집중되거나 읍·면 지역 등 거주민이 적은 곳에서는 여전히 버스 이용에 불편함이 있고, 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는 버스가 빈 채 다니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공항버스·미니버스·직행버스·마을버스 등 종류를 다양화 시킨 홍콩 역시 노선 구간이 다양하다.

노선은 때론 일정 시간이 되면 다른 노선으로 변화해 빈 차로 다니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유동성도 갖췄다. 가령 출·퇴근 시간에는 E(Express·직행) 노선을 집중 배차하고, 이후 심야시간에는 N(Night·심야) 버스로 운영을 전환해 기존의 짧고 촘촘한 노선을 넓게 구간을 조정하는 등 늦은 귀가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 홍콩의 2층 버스에는 캐리어 등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짐칸이 별도 설치돼 있다. 사진은 홍 콩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보관함에 짐을 싣는 모습. <사진=박민호 기자>

더불어 무거운 짐을 가득 갖고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버스를 타는 데 제약을 받지 않게 한다. 물론 홍콩은 버스의 규모가 커 공간 활용 면에서 강점이 많아 가능한 일이지만, 30년 동안 제주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현저히 낮았고 예산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버스의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 역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홍콩 주민 Jason(26·남)씨는 “버스에 높은 계단이 있다면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버스를 이용하기 힘들지 않나”라며 “아니면 제주도에는 장애인들의 수가 적은 편인가”라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 홍콩의 버스는 계단이 없어 무거운 짐을 갖고 있는 이용객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사진=박민호 기자>
▲ 홍콩의 버스는 계단이 없어 무거운 짐을 갖고 있는 이용객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사진=박민호 기자>

특히 제주도가 대대적인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위해 중앙차로제와 가로변차로제를 도입하면서 인도를 줄이고 수십년 된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부분에 대해서는 너나할 것 없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관광청에서 근무했던 권윤희씨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는 첫 번째 이유는 사람들의 이용 편리를 위함”이라며 “인도가 좁아지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데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그 거리로 자주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화시설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다양하게 만들어 거리에 사람들을 쏟아지게 하면 자연히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도출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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