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2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였던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등에 청구된 34억50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해군의 소송 제기 이후 1년 9개월 만에 법적 갈등은 일단락됐다.

이에 제주 정치권과 도민사회는 10년 넘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 결코 끝이 아니다. 지금도 강정마을과 주민들은 ‘소송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강정마을회 등에 따르면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나섰던 지난 11년 동안 580여건의 크고 작은 소송이 진행됐고 이 기간 약 4억원의 벌금을 납부했다. 현재도 삼성물산 하도급업체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2억원) 등 진행 중인 소송만 140여건에 달한다. 향후 벌금 규모 또한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그간 주민들의 반대 투쟁은 ‘벌금폭탄’으로 되돌아왔다. 오죽하면 마을회관을 매각해 벌금을 납부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마을의 상징적인 회관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벌금 납부와 관련 여전히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고권일 강정마을부회장은 “구상권 철회가 모든 소송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수많은 재판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일 뿐”이라고 갑갑한 현실을 토로했다.

대다수 도민은 구상권 철회로 그동안의 갈등이 해소된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강정마을의 아픔과 눈물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각에서 벌금과 공사지체 보상금 등에 대한 ‘사면’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