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8개 단체 공동대책위 회견서 法 판결 비판
“저항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엄중히 판단 해야”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던 이주여성이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무죄 선고를 하자 시민사회단체가 ‘친족간성폭력’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며 반발했다.

전국 38개 단체로 구성된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에 따른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정당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형부인 A씨(39)가 지난 2월 15일 언니 결혼식 참석을 위해 입국한 피해자 B씨(20)를 집안에서 두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강제성 입증에 대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 받으며 불거졌다.

당시 집에는 B씨의 오빠와 아버지, 언니의 딸인 조카가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성폭행 당시 적극 대응하지 못했던 피해자는 언니가 형부와 신혼여행을 떠난 직후 언니의 친구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이후 형부를 경찰에 고소하게 된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성관계 사실은 인정했지만, 피해자의 거부가 없었고 억압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성폭력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리를 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는 1심 재판부가 ‘친족 성폭력’인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사건 당시 어린 조카가 옆에서 자고 있었고, 심장병 아버지가 있었으며, 또 언니의 결혼을 3일 앞둔 때였다”면서 “친족성폭력은 가족관계가 붕괴될 수 있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은폐하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많은 외국인 가족들은 비자 때문에 초청한 한국인 가족으로부터 부당대우를 받아도 참고 지낼 수 받게 없다”며 “성경험이 없던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입증하라고 모든 책임을 묻는 수사와 재판 과정의 논리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피해자는 저항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저항하지 못한 것이다”면서 “법원은 친족 성폭력 피해라는 사실에 따라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왜 안방으로 가지 않고 자고 있는 처제를 추행했는지, 잠이 깬 조카를 재워가며 강간했는지를 물어 엄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건으로 A씨와 B씨의 언니는 지난 4월 3일 이혼선고를 받았고, 피해자 B씨와 언니, 언니의 조카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1심 선고에 불복한 제주지검은 항소심 공판검사 대신 1심 형사합의부 사건을 담당했던 공판검사와 성폭력사건 전담 검사 2명을 항소심 공판에 투입한다. 2심은 오는 20일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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