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에 치러지던 도내 병설유치원 졸업식이 1월로 앞당겨지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사립유치원에 보냈을 것”이라고 학부모들이 ‘격분’하고 있다. 당겨진 졸업식만큼 아이 돌보기에 ‘한 달의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실 도내 사립유치원 상당수가 2월 셋째나 넷째 주 사이에 졸업식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립’에 보냈으면 2월의 마지막 주 정도만 아이들 맡길 곳을 걱정하면 됐다는 ‘탄식’이다.

그야말로 공립 병설유치원이 사립유치원보다 못하다는 평가에 다름 아니다. 사립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립도 아이들을 돌보는 데 최소한 사립 수준은 돼야 한다.

문제는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는 것이어서 더욱 심각해 보인다. 조금만 배려하면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데 제도와 원칙으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초등학교 신학기 준비를 3월에서 2월로 앞당기기 위해 모든 초등의 학사일정을 1월말까지 마무리하도록 지시하면서 비롯됐다. 따라서 2월이던 병설유치원 졸업식도 ‘자동적으로’ 1월로 당겨진 것이다.

종전 2월 10일께 치러지던 유치원 졸업(수료)식이 1월 25일 전후로 당겨지면서 제주시 동지역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들은 졸업식 이후부터 3월 초등학교 개학 전까지 한 달 이상 갈 곳이 없어져 버렸다. 아이들도 문제지만 맞벌이가 많은 제주 특성상 부모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주동초 등 몇몇 병설유치원들은 학부모들의 입장을 감안해 졸업식 이후에도 방과후과정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제주시 동지역의 대다수 병설유치원들은 “1월에 졸업한 원아를 다시 받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원칙론 속에 2월 방과후과정을 운영 않기로 했다.

한마디로 배려가 없는 교육현장이다. 초등교육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들어갈 아이들도 소중하다. 그 아이들을 한달 이상 제도적으로 ‘방치’하는 사태를 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원아들 입장에서 보면 ‘형’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셈이다. 그러한 구조는 어른들이 만들고 있다.

교육당국은 마지막 한명의 어린이까지 책임지겠다면서 ‘원칙’ 운운하며 방과후학교를 운영을 포기했다. 배려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보다 원칙과 제도 속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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