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전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가운데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의 핵심은 유족과 희생자가 개별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 마련. ‘국가 폭력’에 의해 발생했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1948년 12월 29일에 작성된 수형인에 대한 군사재판을 무효화 하도록 했다. 4·3 진상보고서 등에 따르면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의 군법회의는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않은 불법재판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 수형인에 대한 재판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재심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명백한 국가의 잘못으로 입법을 통해서라도 불법재판을 무효로 만들겠다는 게 개정 법률안의 취지다. 이 재판으로 피해를 입은 수형인들의 나이가 너무 많은 점이 감안됐다. 특히 제주4·3사건의 진실을 부정 왜곡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4·3 흔들기’ 등 이념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장치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원안 통과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60명의 국회의원들이 동참했지만 보수 정당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군사재판을 무효로 하는 것이 법률안 개정만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도의원 2명 증원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무산됐을 당시 일각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행정시장 런닝메이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있었다. 도의원 증원에 대해선 정개특위 간사들이 공감을 표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4·3특별법 개정안과 관련 4·3유족회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를 막론한 제주도내 모든 정치권이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정치권의 자발적인 헌신과 대승적 공감대 속에서 4·3특별법이 원만히 개정되고, 이를 진정한 4·3 해결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특별법 개정을 위한 중앙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도내 모든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이제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정치력을 발휘하는 등 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경주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