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자본검증위원회 위원 추천을 거부한 것과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도민의견을 외면한 책임 회피성 행태라는 지적과 함께 도의회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올해 6월이었다. 불을 지핀 것은 도의회였다. 고(故) 신관홍 의장은 6월12일 도민적 의혹 해소 등을 위해 오라단지 사업에 대한 자본검증이 필요하다고 전격 제안했다. 그 다음날 제주도가 이를 수용하면서 자본검증위원회 구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도의회가 “검증위원 추천 근거(조례 등)가 없다”며 추천 거부 입장을 밝히자 모양새가 이상해졌다. 평소 도민의 대의(代議)기관임을 자처하던 도의회가 자본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해 놓고 정작 검증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과 관련해선 제주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26일부터 10월25일까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그 결과 62.6%가 자본검증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한 편’이라는 응답을 합하면 도민 92.0%가 동의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도의회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신관홍 의장이 자본검증을 제안할 당시 도의원들과 소통이 없었다. 의장은 도의회를 대표하지만 의원 개개인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고인(故人)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형평성을 들먹이고 조례 등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옹색하긴 마찬가지다. 일각에서 체육대회 등의 각종 행사에 도의원들이 참석하는 법적 근거가 있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도의회는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등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본검증 결과가 나오면 심도있게 심의 의결하겠다”고 말한다. 이는 자본검증엔 은근슬쩍 발을 빼면서 밥이 다 되면 숟가락을 얹히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여느 사업과는 달리 제주개발 역사상 최대의 토목사업이다. 사업을 진행하다가 자본 부족 등의 이유로 중도에 그만둘 경우 그 폐해와 부작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도의회는 맡은 바 본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자본검증위에 참여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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