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처 ‘과잉관광’으로 몸살
베네치아선 대규모 시위
크루즈 막고 “관광객 떠나라…”

해외 사례, 제주에 보내는 ‘경고’
牛島는 벌써 과잉 단계로
‘제2공항 건설’ 진중한 고민을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조용하고 평화롭던 ‘물의 도시’이자 ‘사랑과 낭만의 도시’였다. 그런데 지난 2016년 9월 수천여명의 베네치아 주민들이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입항하는 크루즈를 막고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관광객은 떠나라’ ‘우린 살아 숨 쉬는 진정한 도시를 원한다’는 등의 구호를 쏟아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즉 ‘과잉관광’에 대한 강한 저항이었다.

한때 30만에 달했던 베네치아 인구는 현재 5만5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채 6만도 안 되는 도시에 하루 평균 6만명씩 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막대한 관광수입에 맛을 들인 정부 당국이 마구잡이식으로 끌어들인 탓이다.

여기에 다국적 투기자본들이 주택들을 임대하거나 매입해 숙박시설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집값과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그 와중에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오버투어리즘이 현지인들을 내쫓고 있다는 것. 이른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다.

이는 베네치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의 주요 관광지 대부분이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경우도 시내 주거 임대료 폭등 등으로 상당수 주민들이 도시 외곽으로 쫓겨나고 있다. 대표적 휴양지인 마요르카 지역의 담벼락에는 ‘관광객은 집으로’ ‘관광객 당신들은 테러리스트’라는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새하얀 백색의 도시인 이탈리아 산토리니, 멕시코 툴룸 유적지와 중국의 황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잉관광’의 폐해가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반(反)관광(anti-tourism)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관광 혐오증 내지 공포증(tourism-phobia)으로 확산되고 있다. 점차 구호와 시위가 격화되는 것도 오버투어리즘에 빼앗긴 그들의 삶을 되찾으려는 절규인 셈이다.

오버투어리즘으로 대변되는 작금의 상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난 1950년대만 하더라도 국제 관광객은 2,500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12억 3,500만명으로 대폭 증가했고, 오는 2030년에는 그 수가 18억명에 이를 것으로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전망하고 있다.

반면에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박물관이나 유적지, 자연명소 등은 예전 그대로다. 다만 휴양과 위락시설 등이 좀 더 들어섰을 뿐이다. 유한한 공간에 무한에 가깝게 늘어난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니 현지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과잉관광’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세계 GDP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관광산업을 외면할 수도 없다. 문제는 그 지역주민과의 상생(相生)이다. 근래 들어 바로셀로나 등 세계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신규 호텔 허가를 중단하거나 1일 방문객수 제한, 관광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소외된 주민들을 껴안기 위한 고육지책에 다름 아니다.

지난해 12월 제주언론학회가 주최한 ‘국제자유도시 제주관광과 언론’ 주제의 정기학술대회에서도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서현 박사(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는 ‘섬 속의 섬’ 우도의 경우 최근 오버투어리즘 전조(前兆)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제주도의 자료를 토대로 각종 문제점을 조목조목 끄집어냈다. 2016년 7월 기준 우도 방문객은 140만여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15.3% 증가했다. 특히 하루 평균 관광객은 8,900명으로, 이는 우도 주민(약 2,000명)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로 인해 우도해양도립공원 입도세는 1년 29억원 증가했지만 쓰레기 발생량이 해마다 230%씩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쓰레기 문제를 비롯해 방문객 급증으로 인한 교통혼잡, 토종자본과 외지자본의 갈등,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도(牛島)는 질적 성장보다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 온 제주관광의 ‘축소판’이다. 겉으로는 번지르르 하게 보이나, 지역주민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급격한 변화로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생존권을 위협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언젠가는 곪은 것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제주도는 관광객 유치에만 혈안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역시 그 일환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제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제주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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