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에게 청탁 등 ‘쟁점’
“단순호의 뇌물 아니” 판례

현광식 전 제주도청 비서실장(55)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직무의 연관성과 부정 청탁 여부가 향후 수사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 전 실장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 전 실장은 재직 중이던 지난 2015년 초부터 말까지 건설업체 대표인 고모(55)씨를 통해 한 남성에게 2750만원의 용돈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돈을 받았다는 남성은 ‘공직사회의 화이트·블랙리스트 작성과 언론사 사찰 등 청탁 대가로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제주도정의 인사권과 무관한 민간인에게 청탁했다는 주장인 만큼,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 직무의 연관성 여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경찰은 지난 8일 현씨가 운영하는 제주시 노형동 주점과 자택, 고씨의 회사와 자택 등에 압수수색을 진행, PC와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분석하고 있다.

현 전 실장 등을 소환하기 전 자료를 확보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압수수색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혹이 지난해 12월 초 불거진 뒤 한달여만에 이뤄진 압수수색인 만큼, 이를 입증할 증거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찰도 “압수수색은 증거확보를 위한 과정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특정되지는 않았다”며 “압수한 자료들을 살펴보고, 입건된 이들의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과 주장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다음 주 현 전 실장을 소환해 돈을 건넨 이유, 이를 통해 취할 수 있는 이득 여부 등 ‘직무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전망이다.

최근 대법원이 게임업체 넥슨의 주식을 받아 120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낸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해 ‘단순 호의나 막연한 기대감으로는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점도 이번 경찰 수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찰이 이번 수사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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