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백발노인이 된 18명의 제주4·3 수형인들이 ‘평생의 한(恨)’을 풀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4월 19일 재심을 청구한지 무려 10개월 만에 심문기일이 확정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오는 2월 8일 재심청구에 대한 심문을 갖는다고 밝혔다.

심문은 재심청구에 따른 당연한 절차다. 심문이 진행된다고 해서 재심 개시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재심(再審) 개시 여부와는 별도로 봐야 한다. 하지만 재심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제주4·3사건 때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고를 치른 후 지난 70년을 큰 고통 속에 살아왔다. 당시 군법회의는 기소장과 공판조서, 판결문 등을 전혀 작성하지 않는 등 아주 기본적인 절차마저 완전히 무시했다. 존재하지 않는 판결문이 재심의 큰 걸림돌이만, 그것은 엄연히 국가의 잘못이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 탓은 아니다.

제주4·3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한국현대사 최대의 비극이다. 4·3 수형인 또한 그 피해자에 속한다. 이들의 나이는 많게는 98세에서 적게는 87세다. 죽기 전에 ‘평생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국가의 도리이자 의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재심청구에 함께 참여한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공동대표는 “국가는 오랜 세월동안 제주도민들에게 너무나 많은 희생을 강요했다”며 “뒤늦게나마 법 절차가 잘 이뤄져서 4·3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사실적 근거도 있다. ‘법적인 정의’와 ‘4·3의 올바른 역사’를 위해서라도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공은 재판부로 넘어갔다. 제주4·3 70주년이 되는 올해, 이들이 70년 동안 맺힌 한을 풀고 활짝 웃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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