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이면 소득양극화 그림자
지니계수·상대적 빈곤율 높아져
선진국 문턱 체감 못할 국민 다수

GRDP 증가세 제주 상황 더 심해
평균급여 꼴찌 속 부동산값 급등
호시절에 서민들 박탈감 커질 우려

 

 

우리나라는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2006년 2만 달러 달성 후 11년째 3만 달러 벽을 넘지 못했는데 올해는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자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우리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최종 문턱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호언대로라면 1960년 국민소득 76달러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60여년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소득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배어 있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7로 전년대비 0.003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지니계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상대적 빈곤율도 17.9%로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증가했다. 3만 달러 시대가 되더라도 이를 체감 못할 국민이 다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제주의 현실은 어떤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2016년 제주의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년 대비 6.9% 성장해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도내 근로소득자 평균 급여는 전국 꼴찌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제주지역 가구의 평균자산 증가율은 21.2%로 전국 평균(4.2%)을 5배 이상 웃돌았다.

경제성장에 대한 도민 체감도 역시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성장의 혜택이 부동산 등 자산 소유가 많은 일부에만 쏠리고 있다. 변변한 자산이 없는 계층의 삶의 질은 경제성장에 따른 물가 상승 등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치솟는 주택 가격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있다. 관광객과 이주민 증가로 갈수록 심해지는 교통체증과 쓰레기, 환경오염에 다수의 도민은 고통만 겪고 있다.

당국은 올해 제주경제도 좋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관광객 증가와 견조한 도민 소비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4% 중반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건설업 둔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4% 중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올해 경기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안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경기를 어렵게 보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올해 16.4%)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조사해 발표한 ‘2018년 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81.6으로 전월 대비 10.4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최대 경영애로(복수응답) 사항으로 ‘인건비 상승’(57.1%)을 꼽았다. 같은 기관의 또 다른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 인력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70.3%로 지난해 하반기(83.8%) 대비 13.5% 포인트 감소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업체들이 인력 채용을 망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적 약자를 도우려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되레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지 않을지 우려된다.

최근 몇 년간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도 지역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 위축이 점쳐지고 있다. 도내 주요 산업인 건설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미분양주택 증가 등으로 인한 주택경기 부진 영향으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호시절이 와도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만 느끼게 된다.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도민들이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당국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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