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순종의 길’
조봉호 선생 청년 시절 애월읍 금성리서 첫 예배모임 가져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30여분. 막힌 도로가 한산해질 때 쯤 곽지해수욕장을 지나 우편의 사잇길을 따라 가다보면 번잡한 도로와는 또 다른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전봇대에 곳곳이 걸려 바람에 흔들리는 보라색 리본들이 이곳이 순례길 임을 직감케 해준다.

▲ 제주시 애월읍 금성리에 위치한 금성교회. 기독교 순례길 제1코스인 '순종의 길'시작 지점이기도 한 이곳은 제주의 첫 기도처와 첫번째 제주 출신 목사인 이도종 목사의 생가 등 기독교 역사와 문화를 만나 볼 수 있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금성교회로부터 시작되는 ‘순종의 길’(1코스)은 독립운동을 하다 옥사한 애국지사 조봉호 선생의 신앙과 정신, 체취를 느낄 수 있고 제주 4‧3의 비극 속에서 순교한 제주출신 첫 목사 이도종 목사의 생가에서 그의 어린 시절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순례길을 걷다보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창조의 섭리를 묵상하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 기독교 순례길 제1코스 '순종의 길' 표시.

1코스인 순종의 길은 금성교회를 시작해 옛 금성교회터, 이도종 목사와 조봉호 선생의 옛 생가를 지나 귀덕해안도로, 한수리 해안, 한림교회, 협재교회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고난과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또 꾸준히 믿음의 씨앗을 뿌렸던 신앙의 선진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이 곳에는 제주의 첫 예배 인도자로 알려진 조봉호 선생의 생가가 위치해 있다. 이기풍 목사가 제주에 입도해 목사가 인도하는 예배를 드리기 1년 전 서쪽 바닷가 마을 금성리에서 젊은 청년이 주도한 기도모임이 있었다. 그 젊은 청년이 바로 조봉호 선생이며 독립운동가 이기도 했던 조봉호 선생은 3‧1 운동 때 옥사했다.

첫 예배처소인 교인 양석봉의 집이 있던 첫 기도처도 만나볼 수 있다. 1907년 3월부터 1909년 9월 셋째주까지 이곳을 기도처로 삼았다. 조봉호 선생과 함께 이곳에서 기도하던 8명으로부터 금성교회가 시작됐다.

▲ 지금의 금성교회는 옛 건물이 아닌 1973년 9월 16일에 새로 건축했다. 사진은 금성교회 내부 예배당 모습.

금성교회에서 나와 일주서로 건너로 보이는 주유소를 끼고 금성리노인복지관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첫 번째 제주 출신 목사인 이도종 목사의 생가도 만나볼 수 있다.

이도종 목사는 아버지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믿음으르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 평양에 있는 숭실학교에 입학한 이도종 목사는 여러 신학문을 배운 후 평양신학교에서 공부한 후 제주로 내려와 여러 지역에서 목회를 하던중 안타깝게 4‧3의 비극 속에 순교를 하게 된다.

‘순종의 길’은 이렇게 척박한 제주 땅에 뿌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파된 길을 따라 묵상하며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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