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성당 피살사건’ 불구
당시 교훈·경고 금세 잊어
무분별 관광 및 개발 탐욕 여전

쓰레기 등 ‘三難의 섬’ 변한 제주
도민 삶의 質 갈수록 하락
누구를, 무엇을 위한 공항인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내로라하는 유수의 관광지 주민들이 반(反)관광 시위에 나섰다. ‘이제 관광객은 그만~’이란 구호는 ‘우린 살아 숨 쉬는 진정한 도시를 원한다’로 이어졌다. 과잉관광의 폐해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지역주민들의 절규이자 저항이었다.

전문가들은 ‘섬 속의 섬’ 우도를 필두로 제주에서도 오버투어리즘 전조(前兆)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우도의 경우 하루 평균 관광객이 주민(약 2000명)보다 4배 이상 웃도는 1만명 가까이 이르는 등, 호젓하고 여유로운 섬의 정취는 사라진지 오래다. 따라서 외국의 사례처럼 관광 반대에 이어 관광 혐오증 및 공포증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16년 9월 17일, 제주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성당에서 기도를 하던 60대 초반의 여성 신자(故 김성현 루시아)가 중국인 관광객의 칼에 찔려 숨지는 참변이 발생한 것이다. 얼굴도 모르기에 그 어떤 원한도,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참변을 당한 그 자매는 다음날 끝내 숨졌다.

9월 21일 엄수된 장례식에서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강론을 통해 “이 부조리(不條理)하고 무자비한 죽음의 탓을 외국인들에게 돌리기보다는, 경제적 성장과 수익만을 분에 넘치게 추구한 우리들의 무분별한 탐욕(貪慾)에 그 책임을 돌려야 한다”고 제주사회에 통렬한 일침을 가했다. 이어 “루시아 자매의 순교 희생은 이 시대의 무분별한 환락의 탐닉과 질주를 멈추고, 인간의 품격과 존엄에 어울리는 절제 있는 삶을 회복하라는 경종(警鐘)”이라고 강조했었다.

이날 강 주교는 제주의 자연과 사람 모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피력했다. 인구 60만 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섬에, 작년 한 해만 서울시 인구 전체와 맞먹는 1200만의 타지인이 와서 며칠씩 머물렀다는 예도 들었다.

“모름지기 손님을 부르려면 맞이할 공간이나 시설, 손님 접대를 할 일손과 질서를 잡을 질서도 확보하고 초대해야 할 터인데…, 이런 조건들은 하나도 생각 않고 집은 단칸방 뿐인데도 온 동네 사람 다 부르고 지나가는 길손마저 넘치게 불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제주도는 그동안 ‘개발지상주의 열병(熱病)’에 걸려 무제한 투자와 무차별 개발 등 대규모 관광을 유도하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성과도 있었지만 개발 광풍으로 제주의 깊숙한 속살이 벗겨지는가 하면, 자연도 사람도 상처 투성이다.

지금 제주는 ‘삼무(三無)’가 아닌, ‘삼난(三難)의 섬’으로 불린다. 각종 범죄를 비롯해 온 섬이 쓰레기 및 하수처리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지난 2년간 1만2000톤의 쓰레기를 타지로 반출하고 있다. 그것도 국내에서는 더 이상 받아주는 곳이 없어 톤당 약 20만원의 비용을 들여가며 외국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한다.

급증하는 관광객 등으로 하수 유입량도 폭증해 하수종말처리장은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했다. 전국 1위를 차지하는 가구당 차량보유대수와 함께 렌터카의 증가로 교통혼잡 또한 서울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투기자본 유입으로 제주지역 부동산값이 급등한 가운데 도내 10가구 중 4가구는 아직도 무주택자다.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제주도가 또다시 제2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적은 딱 하나다. 관광객 수를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이 늘리겠다는 것이다. 향후 제주공항의 예측 수요는 두 곳을 합쳐 2025년 3939만명, 2035년엔 무려 4549만명에 달한다. 지금도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제주도민들은 “관광객 증가로 삶의 질이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때문에 제2공항 건설은 단순히 ‘오버투어리즘’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향후 제주섬의 존망(存亡)과 지역주민들의 삶과도 직결된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가 제주를 가리켜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섬”이라고 말한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한다.

무조건적인 관광객 증가만을 추구하는 제주의 관광정책과 제2공항 건설은 원점에서 근본적 재고(再考)가 필요하다. 제주 미래비전의 핵심 가치라는 ‘청정과 공존’을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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