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70주년인 올해, 지역사회의 화두(話頭)는 ‘화해와 상생’이다. 하지만 신구범 전 제주지사 등 도내 일부 인사들이 “4·3은 공산주의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나서며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가칭 ‘제주4·3 진실규명을 위한 도민연대 준비위원회’는 1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3사건의 성격이나 역사적 평가가 보류된 상태에서 4·3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은 허상의 바탕 위에 탑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신 전 지사를 비롯해 박찬식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홍석표 전 산업정보대 교수, 문대탄 전 제주일보 논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자칭 ‘애국·안보 인사’들이다.

이들은 4·3사건의 정의(定義)와 관련 “4·3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일으킨 남로당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는 진실을 묻어서는 안 된다”며 “오영훈 의원이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은 4·3의 정의를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4·3규명연대의 주장은 전체 문맥 중 일부만 끄집어낸 것에 불과하다. 특별법 개정안은 제주4·3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미군정기인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과 단독선거,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54년 9월21일 한라산 통행금지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4·3희생자유족회와 4·3정립연구유족회가 같이 토론회 한번 개최해본 적이 없는데 이게 무슨 화해와 상생이냐”며 양쪽 유족회 및 도내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하는 범도민 토론회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회견과 관련 도민사회의 여론은 대체적으로 싸늘한 편이다. 4·3 70주년을 맞아 한 마음으로 뭉쳐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 치유해도 모자랄 판에, 또다시 이념논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이들이 주장한 범도민 토론회는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또한 ‘제주4·3은 공산폭동’이라고 고집하는 한, 토론회 결과 역시 이념논쟁만 벌이다 끝날 것임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제주4·3은 좌(左)와 우(右)를 떠나 제주도민 모두의 참담한 비극이다. 4·3 70주년인 새해, 서로가 남아공 만델라의 ‘포용과 관용’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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