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마련한 것은 16.4%나 오른 최저임금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월급 190만원 미만인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제도다. 이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선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영세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4대 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탓이다. 예컨대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을 받는 근로자가 4대 보험에 가입할 경우 사업주는 약 15만원, 근로자도 약 13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13만원을 지원 받으려고 배 가까운 돈을 지출해야 하는 구조다. 실효성 논란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현재도 일부를 제외하곤 장기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다. 문제는 단기성 고용직인 아르바이트의 경우다. 실제로 아르바이트생들은 짧게는 한 달도 채 일하지 않고 그만두는 사례가 종종 있다. 보험가입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면 등을 돌리는 지원자가 의외로 많다.

그들에게도 다 이유가 있다. 당장 생계가 급한데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해 자기 몫을 떼어주고 나면 받는 돈이 지난해와 달라질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미 부모가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는 가운데 자식도 아르바이트를 위해 또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이중지출이 된다는 것도 보험 가입을 꺼리는 요인이다.

고용주들 역시 우선 돈이 부담이지만 가입(취득신고)과 탈퇴(상실신고) 등의 모든 처리를 도맡아 해야 한다. 잔일에 시간을 너무 뺏기다보니 정작 ‘본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일단 올해만 지원되는 한시적인 사업으로,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사업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도 뻗으라고 했다. 대통령과 각료들이 ‘일자리 안정자금’ 등을 아무리 강조하고 나서도 먹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명분만을 내세워 경제현실을 무시·외면한 탁상행정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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