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제주도 온지 30년
너무나 많이 그리고 빨리 변화
인구 70만에 많은 문제 발생

친환경적 생태도시 희망
작은 것·오래된 것들 존중받는 섬
모두 관심 갖는 ‘환상의 섬’ 가능

 

세월이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세월 속을 인간이 왔다 가는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계절은 겨울 한 복판을 지나고 있지만 마당 한쪽 홍매화는 벌써 작은 꽃망울을 만들며 봄을 준비하고 있다.

며칠 전 폭설이 제주를 찾아온 날 눈을 걷어내니 엉겅퀴와 민들레가 추위를 이기려 바싹 땅바닥에 붙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한(大寒)·입춘(立春)을 돌아서면 곧 우수(雨水)·경칩(驚蟄)이 봄의 길목을 기다리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 세상이 바뀌고 그동안 나라 도처에 깔려있던 적폐들이 빠른 속도로 정리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에 이들이 도처에 깊고 넓게 자리 잡고 있어서였는지 그 청산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를 보물섬으로 알고 뭍에서 건너 온지 벌써 30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제주도는 많이도 변했고 빨리도 변해가고 있다.

처음 제주 와서 신기하고 좋았던 것은 저녁 8시면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도시가 조용해진다는 점이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그 때 제주는 모든 면에서 ‘슬로 시티(slow city)’였다. 지금처럼 밤새 도로를 뒤덮는 차량과 흥청거리는 음식점·카페·대형 쇼핑몰은 없었지만 행복지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입만 열면 적어도 인구 100만 정도는 돼야 내수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살만한 제주가 된다고들 했다. 근데 인구 70만도 채 되기 전 갖가지 문제들이 돌출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는 자동차로 정체된 도로와 주차난하며, 쓰레기·하수 처리 문제 등 충분히 예상하고 대처했어야 할 문제들이 전혀 대책 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가롭기만 하던 제주공항도 이제 가장 복잡한 공항의 하나가 됐고 원하는 시간에 육지 외출이 자유롭지 않게 된지 오래다.

현재 건설 계획이 구체화 되는 제2공항도 과연 제주 도민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 줄 지 의문이다.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날이 갈수록 너무나 자주 눈·안개·바람 때문에 발목이 묶이는 제주공항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것 하나도 자유롭지 않은 느낌이다. 어쩌면 환경적인 측면에서 더 생태적일 수 있고 비용면에서도 견주어 볼만하다는 점에서 제2공항건설 보다 해저터널을 고민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아무튼 이런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이 내걸고 있는 자연·문화·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정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여전히 제주땅은 사람이 살만한 환상의 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만 제주에 대한 많은 생태적 꿈들을 꾼 적이 있다. 바람·태양·조수 간만의 차이 등을 이용한 지역별 다양한 작은 생태 발전소의 활성화로 전봇대와 철탑이 없는 섬, 미생물을 이용한 에코 화장실의 상용화로 수세식 화장실이 없어지는 섬, 철저한 친환경적인 축산 오폐수 처리와 이용으로 축산 분뇨 냄새가 나지 않는 섬 제주.

그리고 모든 담벼락은 제주돌로 되어 있는 섬, 화석연료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섬, 편리한 공공 교통시스템으로 자가용 이용이 최소화 되는 섬, 쓰레기가 분리 수거되어 대부분이 재활용 되는 섬. 작은 집·작은 기업·작은 식당·작은 학교·작은 마을·작은 경제 등 작은 것들이 존중받는 섬, 거리 산 들 바다에서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든 섬.

모든 건물에는 빗물 이용 장치가 건축 시 같이 설치되는 섬,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 덕분에 모두가 행복한 섬, 고층 건물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섬, 어느 곳에서나 한라산과 바다가 보이는 섬. 플라스틱 사용이 최소화 되는 섬, 철저한 수질관리로 세계 최고의 생수를 마시며 살 수 있는 섬, 인종·국적·종교·학벌·빈부의 차이로 차별 받지 않는 섬, 인간을 포함한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이 귀하게 여겨지는 섬, 오래된 사람·오래된 점포·오래된 나무·오래된 건물·오래된 풍경이 사랑받는 섬.

아마 위에 열거한 사항 중 몇 가지만 제주 땅에서 실현된다 해도 제주도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환상의 섬이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와 보고 싶어 하는 세계적 생태 관광지가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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